In depth Analysis

신병진
변호사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회사에서 받은 돈이 고마움의 대가인가 -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다286390 판결 -

1. 사실관계

  • 원고는 미국 본사의 국내 영업소인 A 영업소가 2015. 1. 31. 원고를 해고한 사건과 관련하여, 2015. 2. 5. 법원에 해고무효확인 및 복직시까지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2016. 4. 21. 원고 청구 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6. 5. 9.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법원은 변론을 종결한 후 선고기일을 지정한 상태에서 2016. 12. 20. 원고와 A 영업소에 "A 영업소는 원고에게 금752,262,000원(이하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금액')을 지급하되, 원고와 A 영업소는 이를 제외하고는 상호 간에 어떠한 채권, 채무도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 원고와 A 영업소는 화해권고결정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지 않는다. 원고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하였고, 이는 2017. 1. 6. 확정되었다.
  • A 영업소는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금액이 과세대상 소득이라고 주장하면서 동 금액 중 소득세법에 따른 세율(기타소득 원천징수세율 20% + 지방세 2%)을 적용한 원천징수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금액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이 아니므로, A 영업소가 세금을 원천징수하지 않은 전액을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결국, 원고와 A 영업소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 이에 A 영업소는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금액이 과세대상 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과실없이 알 수 없다고 하면서 향후 피공탁자인 원고와 대한민국(B 세무서)이 협의에 따라 적법한 권리자가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금액 중 원천징수금액을 지급받아 가라는 취지로, 2017. 1. 31. 법원에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금액 중 원천징수세액 해당 금액 165,497,640원을 민법 제487조에 의하여 변제공탁(상대적 불확지, 이하 '이 사건 공탁금')하였다.

    원고는 2017. 6. 2.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2. 쟁점의 정리

소득세는 열거된 소득에 한정하여 납세의무가 발생한다. 그런데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에서는 기타소득의 하나로 '사례금'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사례금의 의미를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고 보면서, 사례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금품 수수의 동기·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0두27288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받은 금액이 사례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은 원고와 A 영업소 사이에 발생한 분쟁의 내용과 소송에 이른 경위, 화해권고결정 이전에 진행된 재판의 경과, 화해권고결정금액의 규모 등을 종합하여 고려한 결과 피고가 제시하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사례금'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소득세법은 과세대상 소득을 그 원천 또는 성격에 따라 구분하여 열거하고 있으므로 소득세법이 열거하지 않은 소득은 과세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어느 개인에게 소득이 발생하였더라도 그 소득이 소득세법에 열거된 소득에 해당하지 않으면 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 어느 소득이 소득세 과세대상인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를 주장하는 자가 해당 소득이 소득세법에 열거된 특정 과세대상 소득에 해당한다는 점까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가 기타소득의 하나로 규정한 '사례금'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의미하고,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금품 수수의 동기·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화해권고결정은 법원이 소송 계속 중 직권으로 당사자의 이익,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청구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하여 하는 결정으로(민사소송법 제225조 제1항)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된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지며(민사소송법 제231조),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함과 동시에 위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새로운 법률관계가 유효하게 형성되는 것이다.

4. 평석

가. 이른바 분쟁해결금에 대한 세법상 취급

소득세법은 '사례금'을 기타소득의 하나로 열거하고 있고, 법원은 ① 거래 당사자 일방의 타방에 대한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이 있었는지, ② 금품 지급의 동기, 목적이나 거래상대방과의 관계 및 그 금액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금품 지급을 '사례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사례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이른바 분쟁해결금의 경우 법원은 유사한 사실관계에서도 사례금 여부에 대한 판단을 달리하고 있어 개별·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해고무효소송에서 분쟁해결목적으로 지급된 금원이라 하더라도 사례금으로 보기도 하여(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6다1772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7. 20. 선고 2015누69371 판결), 이 사건과 같이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지급된 것이면 사례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8. 5. 10. 선고 2017나2073137 판결 등).

따라서, 분쟁해결금은 사안의 개별·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세법상 취급이 상이해진다고 할 것이다.

나. 대상판결의 의의

해고무효확인소송 등 근로관계의 존부에 대해 다툼이 되면서 받는 금원의 성격이 근로소득인지, 기타소득 중 사례금인지 등에 대하여 실무상 많이 문제되고, 그 경계 역시 모호하다.

대상판결은 해고무효확인소송 등의 과정에서 받는 분쟁해결금의 성격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는 대신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과세관청이 사례금에 대한 증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취지에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여전히 해고무효소송 등의 진행과정에서 원고가 받는 금원이 임금을 근거로 한 것으로 근로소득인지, 분쟁의 조기해결에 대한 대가이므로 기타소득 중 사례금인지에 대한 다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소득세법상 소득구분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새로운 법률관계가 형성된다는 화해권고결정의 특성상 과세관청이 근로소득이나 사례금에 해당한다는 특별한 사정을 제시하지 못하면 과세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신병진 변호사, byjinshin@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