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고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신용카드업을 하는 사업자이고, 원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미합중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미합중국법인으로 법인세법 제94조에 따른 국내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원고는 참가인과 회원자격협약 및 참가인의 상표 등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에서 참가인의 상표를 부착한 신용카드를 발급하여 왔다. 또한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그가 운영하는 국제 결제 네트워크 시스템(이하 '이 사건 시스템'이라고 한다)을 통해 신용카드의 국외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아 왔다.
원고는 2011년 제1기 및 제2기 부가가치세 과세기간에 참가인의 상표를 부착한 신용카드의 사용과 관련하여, 참가인에게 ① 국내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의 0.03% 및 현금서비스금액의 0.01%에 해당하는 금액(이하 '발급사분담금'이라고 한다)과 ② 국외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 및 현금서비스금액의 각 0.184%에 해당하는 금액(이하 '발급사일일분담금'이라고 하고, 발급사분담금과 통틀어 '이 사건 분담금'이라고 한다)을 지급하고, 이에 관한 해당 기간 부가가치세를 대리납부하였다.
원고는 2014. 7. 25. 피고에게 위와 같이 대리납부한 2011년 제1기 및 제2기 부가가치세의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4. 10. 1. 이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분담금의 성격과 참가인이 원고에게 제공한 용역의 공급장소가 다투어졌다.
원고는, 이 사건 분담금은 그 전부가 '이 사건 시스템을 통한 신용카드 국외결제 서비스라는 포괄적 역무'(이하 '이 사건 용역'이라 한다) 제공의 대가이고, 참가인이 원고에게 제공하는 역무의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은 모두 국외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용역의 공급장소는 국외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분담금은 그 전부가 상표사용에 대한 대가이고, 이 사건 용역의 공급장소도 국내라고 주장하였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분담금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명시적 판단을 하지 않은 채,1) 이 사건 용역을 포함하여 참가인이 원고에게 제공한 모든 용역의 공급장소가 국내라고 본 원심판결을 수긍하였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 중 이 사건 용역의 공급장소에 관한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2)
제1심과 원심은, 이 사건 분담금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상표권 사용의 대가와 이 사건 용역의 대가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용역의 공급장소와 관련해서는 참가인의 상표가 사용되는 장소와 이 사건 용역이 공급되는 장소가 모두 국내라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판단의 순서를 제1심 및 원심과는 달리하여 먼저 용역의 공급장소를 판단한 다음, 이 사건 분담금의 성격에 관해서는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역무를 제공하는 용역의 경우 과세권이 미치는 거래인지는 역무가 제공되는 장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외국법인이 제공한 역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이 국내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일부가 국외에서 이루어졌더라도 역무가 제공되는 장소는 국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4두7528, 7535 판결 등 참조). 한편 역무가 제공되기 위해서 이를 제공받는 자의 협력행위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협력행위의 장소도 아울러 고려하여 역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이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은, 이 사건 분담금은 그 일부가 상표권 사용의 대가에 해당하고 나머지가 포괄적 역무 제공의 대가에 해당하는 점, 원고는 국내에서 참가인의 상표를 부착하여 신용카드를 발급하거나 가입신청서에 참가인의 상표를 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참가인의 상표권을 사용하므로 참가인의 상표권은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참가인이 원고에게 신용카드의 사용과 관련하여 제공하는 역무의 주된 내용은 참가인의 이 사건 시스템을 통해 신용카드의 국외 사용이 가능하도록 서비스 및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는 참가인이 원고의 국내사업장에 설치한 결제 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원고가 이 사건 시스템에 접속하여 신용카드 거래승인, 정산 및 결제 등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거나 전달함으로써 그 목적이 달성되므로, 위 역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은 국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분담금과 관련한 용역의 공급장소가 국내라고 보고, 원고에게 위 용역에 관한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 용역의 공급장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원고가 참가인에게 지급한 이 사건 분담금은 그 전부가 이 사건 용역 제공의 대가에 해당한다는 취지이다.
설령 원고가 참가인에게 지급한 이 사건 분담금이 전부 이 사건 용역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그에 관한 용역이 공급되는 장소는 국내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에게 위 용역에 관한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의무가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구 부가가치세법(2013. 6. 7. 법률 제118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4조 제1항은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으로부터 용역을 '공급받는 받는 자'의 대리납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3) 원래 부가가치세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가 이를 공급받는 자로부터 징수하여 세무서에 납부하여야 하지만(구 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15조), 국내사업장이 없는 비거주자나 외국법인 등이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이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받는 자로 하여금 공급하는 자를 대신하여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게 한 것이다.4) 이를 '대리납부제도'라 한다. 이러한 대리납부는 이른바 '용역의 수입'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를 징수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재화의 수입에 대해서는 세관장이 부가가치세를 징수하는 반면(구 부가가치세법 제23조 제3항), 용역의 수입에 대해서는 용역을 수입하는 자가 부가가치세를 징수하여 납부하는 것이다.
대리납부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과세권은 그 공급장소가 우리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경우에만 미친다. 비록 구 부가가치세법이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장소에 관한 구 부가가치세법 제10조는 이를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5) 즉, 우리 부가가치세제는 기본적으로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장소가 국내인 경우에만 과세하는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 국제적인 세수분배와 관련하여서는 수출에 대해서는 영세율을 적용하는 한편, 수입에 대해서는 그 공급장소가 국내가 아님에도 부가가치세를 과세하는 방법으로 국제적인 기준인 소비지과세원칙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6)
구 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2항 제1호는 용역의 공급장소를 정하는 원칙적인 기준으로 '역무가 제공되거나 재화·시설물 또는 권리가 사용되는 장소'를 규정하고 있다.7)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상표권의 경우에는 그 권리가 사용되는 장소가, 이 사건 용역의 경우에는 '역무가 제공되는 장소'가 용역의 공급장소가 되고, 그 장소가 국내인 경우에만 원고에게 대리납부의무가 인정된다.
용역을 공급하는 자가 그 역무를 국내에서만 수행하는 경우에는 용역의 공급장소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그 역무가 국내와 국외에 걸쳐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용역의 공급장소를 어디로 볼 것인지가 문제 된다.8)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두13829 판결은 "외국법인이 제공한 용역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이 국내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일부가 국외에서 이루어졌더라도 용역이 공급되는 장소는 국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그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밝혔다.9) 이에 따르면, 국내와 국외에서 수행된 역무 중 어느 것이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용역의 공급장소를 판단하여야 한다.
만약 국내와 국외에서 수행된 역무가 모두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국내와 국외에서 수행된 역무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지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7두72935 판결의 사안이 여기에 해당한다. 위 사건에서는 필리핀법인인 원고가 국내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원고 보조참가인에게 제공한 '카지노 이용고객(Junket, 이하 '정켓'이라고 한다) 모집용역'의 공급장소가 문제 되었다. 원고는 중국, 대만, 홍콩, 필리핀, 일본 등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 지역을 대상으로 정켓을 모집하였다. 그 이외에도 원고는 모집한 정켓들이 우리나라로 출국하기 전에 정켓들로부터 게임 자금을 해외 계좌로 받아 원고 보조참가인의 해외 계좌로 송금하거나, 정켓들이 게임과정에서 자금대여를 요청할 경우에 대비하여 정켓들로부터 해당 금액을 미리 받아두거나 담보 등을 설정하기도 하였으며, 정켓들과의 정산 업무와 향후의 고객유치를 위한 고객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한편 원고는 국내에서 원고 보조참가인의 영업장 내 사무실(이하 '국내 사무실'이라 한다)에 직원들을 두고 원고가 모집한 정켓들에게 칩을 제공하거나 원고 보조참가인이 운영하는 롤링게임에서 발생한 매출액을 확인하기도 하였고, 위 정켓들에 대한 항공권 예약 및 탑승 안내 업무, 공항에서 원고 보조참가인의 영업장까지 안내하는 업무, 호텔과 식당의 예약 및 안내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위 사건에 대해서는 2개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먼저는 원고의 국내 사무실이 원고의 고정사업장에 해당하는지 등이 다투어졌다.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5두51415 판결은 원고의 국내 사무실에서 하는 원고의 활동이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업활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사무실이 원고의 고정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 후의 항소심에서는 원고의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법인세의 수입금액과 부가가치세 과세표준 등이 다투어졌는데, 파기환송 후의 항소심 판결인 서울고법 2017. 10. 20. 선고 2016누56051 판결은 원고의 보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업무는 국외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비용도 대부분 국외에서 지출되고 있으므로, 원고가 원고 보조참가인으로부터 받는 모집수수료 중 원고의 고정사업장인 국내 사무실에 귀속되는 수입금액은 위 사무실에서 수행한 업무에 대한 대가로 국한된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상고하였으나 위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7두72935 판결은 파기환송 후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결국 위 사안에서 원고가 원고 보조참가인에게 제공하는 정켓 모집용역의 보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은 국외에서 이루졌으므로, 그 용역의 공급장소는 국외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10)
사업자의 역무 제공이 구체적인 인적 활동을 통하여 나타나는 전통적인 용역의 경우 대법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용역의 공급장소를 판단해 왔다. 그러나 근래에 늘어나는 '전자적인 수단이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역무'가 제공되는 경우 과연 대법원이 전통적인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상판결도 그중 하나이다.
대법원에서 다루어진 첫 번째 사건이 SWIFT 판결이다. 위 판결에서는 외국법인인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국제은행간 금융통신조직)가 국내 은행인 원고들에게 'SWIFT 통신망(국제결제 통신망)을 통해서 제공하는 해외은행과의 자금결제, 금융거래, 신용장 개설 등의 거래 메시지 전송용역'의 공급장소가 다투어졌다.
SWIFT 판결은 "① SWIFT 통신망을 이용하는 원고들로서는 위 용역 중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은 SWIFT가 표준화한 메시지 양식에 따라 입력한 외환거래에 대한 메시지가 전송되는 것인데, ② 이러한 SWIFT 통신망 접속 및 메시지의 전송이 이루어지는 곳은 원고들의 국내 점포이므로, ③ 이 사건 용역의 제공장소는 국내"라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논리전개에는 의문이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판례의 확립된 법리에 따르면, 용역의 공급장소를 판단하는 기준은 '외국법인이 제공한 용역'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이 국내에서 이루어졌는지 여부이다. 즉, 용역을 제공하는 외국법인이 중요하고 본질적인 역무 수행을 국내에서 하였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그러나 SWIFT 판결에서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으로 본 '전송 메시지의 입력 작업'은 용역의 공급자의 행위가 아니라 용역을 공급받는 자인 원고들이 한 행위이다. 따라서 이를 용역 제공의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으로 보기 어렵다. 위 사건에서 S.W.I.F.T가 전자적 방법이 아닌 구체적인 인적 활동을 통하여 위와 같은 거래 메시지의 전송용역을 제공한 경우를 가정하여 보면, 원고들의 전송 메시지 입력 작업을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원고들의 전송 메시지 입력 작업은 용역의 대상물을 특정하는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SWIFT 판결이 이처럼 이상한 논리11)를 전개한 것은 전자적인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용역 제공의 특성을 간과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용역의 경우에는 전자적 수단이 설치되면 용역의 제공은 전자적인 방법에 의하여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겉으로는 용역을 제공하는 자가 뚜렷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이유로 SWIFT 판결은 오히려 용역을 공급받는 자의 행위를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으로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원고 은행들이 한 전송 메시지 입력 작업은 역무의 제공 그 자체일 수는 없고 단지 공급하는 자로부터 공급을 받기 위한 일종의 협력행위에 불과하다.12) 오히려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인 메시지의 전송은 S.W.I.F.T가 국외에 설치한 SWIFT 통신망에 의해 이루어졌다. 비록 메시지의 전송이 SWIFT 통신망이라는 전자적인 방법에 의하여 자동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SWIFT 통신망이 S.W.I.F.T의 비용에 의해 설치되고 운영된 이상, 이를 S.W.I.F.T가 한 중요하고 본질적인 활동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대상판결은 용역의 공급장소에 관하여 확립된 판례의 법리를 인용하면서도, 구체적인 판단에 들어가서는 SWIFT 판결의 논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즉, ① 이 사건 용역의 주된 내용은 참가인의 이 사건 시스템을 통해 신용카드의 국외 사용이 가능하도록 서비스 및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위 역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은 참가인이 원고의 국내사업장에 설치한 결제 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원고가 이 사건 시스템에 접속하여 신용카드 거래승인, 정산 및 결제 등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거나 전달하는 것인데,13) ② 이러한 역무는 국내에서 이루어졌으므로, ③ 이 사건 용역의 공급장소는 국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대해서는 SWIFT 판결에 대한 비판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즉, 용역의 공급장소를 판단하는 기준인 '중요하고 본질적인 역무의 수행'은 공급하는 자의 행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대상판결은 SWIFT 판결과 마찬가지로 원고가 설치하여 운영한 이 사건 시스템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전자적 과정은 무시한 채 용역을 공급받는 자인 참가인의 행위를 중요하고 본질적인 역무 수행의 근거로 보았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용역의 공급장소 판단 기준에 관하여 기존의 법리 외에 "역무가 제공되기 위해서 이를 제공받는 자의 협력행위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협력행위의 장소도 아울러 고려하여 역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이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덧붙이고 있다. SWIFT 판결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든다. 그러나 그 타당성과 의미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판례의 확립된 법리에 따르면, 용역의 공급장소를 판단하는 기준은 '중요하고 본질적인 역무의 수행장소'이고, 이를 수행하는 것은 용역을 공급하는 자이다. 따라서 중요하고 본질적인 역무의 수행 여부는 당연히 용역을 공급하는 자의 행위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거기에 공급받는 자의 협력행위가 필요하더라도 이는 말 그대로 협력행위를 뿐이므로, 부차적인 고려요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SWIFT 판결에 대해서는, 소비지를 용역의 공급장소로 보았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14) 그러나 법령의 변화 없이 법원의 해석에 의하여 달리 해석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15) 대상판결도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하고 있어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소비지를 용역의 공급장소로 보는 입장을 채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용역의 공급장소는 대리납부에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다. 구 부가가치세법 제11조 제1항 제4호에서 규정한 외화획득용역에 대한 영세율 적용의 경우 등에도 용역의 공급장소가 문제 된다. 사업자가 국내에서 국내사업장이 없는 비거주자 등에게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26조16)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영세율이 적용되는데, 소비지 또는 소비자의 소재지를 용역의 공급장소로 본다면, 대부분의 경우는 아예 우리나라의 과세권이 미치지 아니하여 영세율 적용 여부를 논할 여지가 없어진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러한 규정들과 관련해서도 소비자의 소재지를 용역의 공급장소로 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대법원이 SWIFT 판결이나 대상판결 등을 통하여 그 결론에 있어서는 소비자의 소재지를 용역의 공급장소로 본 것과 같은 결론을 취한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하여 대법원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관해 계속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과세실무가 대리납부와 관련하여서는 용역의 공급장소를 '용역을 공급받는 자'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반면, 외화획득용역 등의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용역을 공급하는 자'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모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17)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SWIFT 판결을 넘어서는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그 논리를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아쉽다. 보다 진전된 판결을 기대해 본다.
(이상준 변호사, sangjune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