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판례소개

최지은 변호사
최지은 변호사
(송무 부문)

정부 입찰공사에서 입찰의 무효 사실이 발견되기 이전에 설계비 보상을 받은 경우 설계보상비 반환 청구의 근거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0다206472 판결)

I. 들어가며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공사 중 대형공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기술형 입찰 등의 경우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설계까지 완료되어야 하므로, 입찰자는 일반 입찰에 비하여 설계비용 등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입찰에서 탈락하게 되면 이미 지출한 설계비용 상당의 손실을 입게 됩니다. 이에 낙찰탈락자가 지출한 설계비용 중 일부를 보전하여 업체들이 공공공사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89조는 일정 요건을 갖춘 낙찰탈락자 등에 대하여 '설계보상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조달청지침인 일괄입찰 등의 공사입찰특별유의서(이하 '특별유의서') 제28조 제4항은 입찰의 무효에 해당하거나 무효에 해당하는 사실이 사후에 발견된 자 등이 입찰의 무효 사실이 발견되기 이전에 설계비 보상을 받은 경우 이를 즉시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상판결(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0다206472 판결)에서는, 설계보상비 지급 및 반환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입찰공고에 따라 입찰에 참여한 낙찰탈락자와 입찰공고 주체 사이에 설계보상비 반환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입찰의 무효사실이 발견되기 이전에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은 낙찰탈락자의 설계보상비 지급 주체에 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II. 사안의 개요

원고 A공사는 4대강 1차 턴키공사 관련 공사 중 X공사는 직접, Y공사는 조달청을 통해 각 입찰공고하였고, 각 입찰공고에서 낙찰자로 선정되지 못한 각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인 피고들이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 일부 피고들(각 공동수급체별 대표자 등) 사이의 담합행위가 밝혀지게 되었고, 이에 원고는 설계보상비 지급 약정에 따라 피고들을 상대로 주위적·선택적으로 특별유의서 제28조 제4항에 기한 반환 청구 및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선택적으로 공동불법행위 청구를, 선택적·예비적으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하여 기지급한 설계보상비 전액을 연대하여 반환할 것을 구하였습니다.

III.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은 조달청 입찰 Y공사에 관하여, ① 원고와 해당 피고들 사이에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 및 그 계약에 따른 의무의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고, ② 원고가 직접 설계보상비를 지급한 공사 부분 설계보상비에 관하여만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며, ③ 담합행위 등에 관여하였다거나 원고를 기망하고 설계보상비를 지급받는 과정에 가담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원고 입찰 X공사에 관하여, ① 입찰공고의 주체가 입찰공고 당시 '낙찰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자는 설계비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정하였고 입찰자가 이에 응하여 입찰에 참여한 다음 입찰공고의 주체가 낙찰자를 결정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찰공고의 주체와 낙찰탈락자 사이에는 미리 공고에서 정한 바에 따른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설계보상비 반환에 관한 특별유의서 규정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설시하면서, 원고와 시공사인 피고들(공동수급체의 대표자 외의 시공사 포함) 사이에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아 각 공사 별로 시공사인 피고들이 연대하여 원고에게 설계보상비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②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위 계약에 기한 설계보상비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서울고등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나2018796 판결)에는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IV.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조달청 입찰 Y공사에 대해서도 원고가 설계보상비를 직접 지급한 부분에 관해서는 원고가 입찰의 무효사실이 발견되기 이전에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은 낙찰탈락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는다고 인정하면서도, 원고가 설계보상비를 직접 지급하지 아니한 나머지 부분의 경우 설계보상비를 지급한 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원고가 유효한 채권양도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낙찰탈락자에 대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입찰의 무효사실이 발견되기 이전에 설계비 보상을 받은 낙찰탈락자에 대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관하여 명확하게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국가가 당사자가 되는 계약의 체결을 원칙적으로 계약서의 작성을 성립요건으로 하는 요식행위로 정하고 있는 국가계약법 제11조에도 불구하고 입찰공고의 주체와 낙찰탈락자 사이에는 입찰공고에서 정한 바에 따른 설계보상비 지급 및 반환에 관한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며, 설계보상비 반환과 관련된 다수의 소송사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