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은 2024년 6월 28일 소위 "Chevron deference(Chevron 원칙)"으로 불리는 "연방 행정기관에 대한 사법부의 존중 원칙"을 약 40여 년 만에 폐기하였습니다. Chevron 원칙은 어떤 규정의 문언이 모호한 경우 사법부는 행정기관의 해석에 따라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원칙으로, 행정해석이 사법해석보다 우선한다는 점에서 그간 많은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Chevron 원칙은 1984년 연방대법원의 Chevron U.S.A. Inc. v. 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Inc. 판결을 통해 정립된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심사 기준으로, 규정의 문언이 모호하고(statutory ambiguities), 해당 사안에 대한 의회의 해석이 존재하지 않을 때 적용됩니다. 이 때 법원은 행정기관의 허용 가능한 해석(permissible construction of the statute)이 존재하는 경우 해당 행정해석에 따라 판결하여야 하고, 이는 법원이 별개의 사법심사를 통하여 다르게 판단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행정해석이 존재하는 특정 사안에 대하여는 사실상 법원이 독자적인 사법심사를 진행하지 않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허용 가능한' 해석의 구체적인 의미/기준이 모호하고, 보다 정확한 사법해석이 존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사실상 행정해석에 근거하여 판단하게 된다는 점에서 최근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2024년 6월 28일 Loper Bright Enterprises et al. v. Raimondo, Secretary of Commerce, et al. 판결을 통해 아래와 같이 Chevron 원칙이 폐기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시하였습니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사법부가 사법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였다(prevents judges from judging)",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proved to be fundamentally misguided)" 등의 다소 강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Chevron 원칙을 폐기함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 법원은 어떤 규정이 모호하다는 이유만으로 행정기관의 해석에 따라서는 아니 되고, 행정기관이 법률에 따라 행정행위를 하였는지 독립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Chevron 원칙은 규제 당국에 폭넓은 재량을 허용하는 근거가 되어 왔으나, 해당 원칙이 폐기됨에 따라, 앞으로는 연방정부가 규제 신설 내지 법률의 해석에 이전보다 신중을 기하게 되고, 연방 단위의 각종 규제 현안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사법 개입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연방대법원이 이번 판결에 소급적 효력은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유권해석들에 대하여도 Chevron 원칙을 배제한 새로운 사법심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하여, 당분간 규제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증가하고 예측 가능성이 감소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에게 규제 준수 비용 증가와 경영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연방 정부의 규제 압박이 줄어드는 산업 분야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내 기업활동에 호재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