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에서 담보제공방식으로 저당권을 설정하지 않고 담보신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보신탁을 하게 되면 담보물의 대내외적인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하게 이전되므로, 담보물에 대한 예상치 못한 집행을 방지할 수 있고,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우선수익권을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행사할 수 있는, 소위 '도산절연 효과'가 인정됩니다. 즉, 부동산 담보신탁 계약에서 우선수익자로 지정된 자는 통상 저당권과 유사한 담보권자의 지위를 확보하게 됩니다.
대상 판결(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1다261704 판결)은 담보신탁에 따라 위탁자가 가지는 잔여대금 채권이 압류된 후 위탁자가 2순위 우선수익자를 지정하고, 다시 후순위 압류명령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공매에 따른 매각대금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였습니다.
A회사는 신탁회사인 피고1과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여 부동산 처분 및 정산 후 잔여대금 채권을 가지게 되었는데, A회사의 채권자인 피고2가 잔여대금 채권액을 초과하는 청구금액으로 잔여대금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습니다. 그 후 A회사는 원고를 2순위 우선수익자로 지정하였고, A회사의 다른 채권자들이 잔여대금 채권에 대하여 후행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습니다. 피고1은 부동산 처분 후 1순위 우선수익권 금액 등을 지급하고 남은 금액을 2순위 우선수익권 상당액과 그 외 금액으로 나누어 집행공탁하였습니다. 배당절차에서 2순위 우선수익권 상당액을 제외한 금액은 선행 압류채권자인 피고2와 후행 압류채권자들에게 안분배당되고, 2순위 우선수익권 상당액은 선행 압류채권자인 피고 2에게 전부 배당되어, 원고는 전혀 배당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2순위 우선수익권 상당의 금전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대상 판결은 우선 ① 금전채권에 대한 압류명령이 있으면 채무자는 채권을 소멸 또는 감소시키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점, ② 다만 위와 같은 압류의 처분금지 효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채무자의 처분행위 또는 제3채무자의 변제로써 처분 또는 변제 전에 집행절차에 참가한 압류채권자나 배당요구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의미로서 상대적 효력인 점, ③ 담보신탁이 이루어진 경우 우선수익자는 일정 한도 내에서 자신의 채권 금액 상당을 청구할 수 있는 수익채권을 가지고, 위탁자는 잔여대금 채권을 가지는데, 위탁자가 다른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그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추가 지정하면, 그 우선수익자는 우선수익권의 범위 내에서 수익채권을 취득하고, 위탁자가 가진 잔여대금 채권은 새로운 우선수익자의 수익채권 상당액 만큼 감소하므로, 이러한 우선수익자 추가 지정은 잔여대금 채권 중에서 새로운 우선수익자의 수익채권에 상응하는 부분에 대하여 그 우선수익자에게 우선적 지위를 부여하면서 해당 채권을 처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④ 따라서 위탁자의 잔여대금 채권이 압류된 후에 우선수익자를 추가로 지정하는 행위는 위탁자가 가지는 잔여대금 채권 중 새로운 우선수익자의 수익채권 상당액을 그 우선수익자에게 처분함으로써 피압류채권을 감소시키는 행위에 해당하여 압류의 처분금지 효력에 반하므로, 이러한 행위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설시하였습니다.
이후 대상 판결은 원고가 배당받을 금액이 있는지에 대하여 판단하면서, ① 원고에게 처분된 부분(잔여대금 채권 중 원고에게 2순위 우선수익권이 지정된 부분)의 경우 원고는 선행 압류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해당 부분은 피고2가 원고에게 선행하여 배당을 받아야 하고, ② 원고에게 처분되지 않은 부분(잔여대금 채권 중 원고에게 2순위 우선수익권이 지정되지 않은 부분)의 경우 피고2와 후행 압류채권자들이 각자의 채권액에 따라 안분하여 지급 내지 배당받아야 하므로, 원고에게 지급 내지 배당될 금액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판례는 부동산담보권에 대하여 선순위 및 후순위 (가)압류가 있는 경우 안분 후 흡수배당설을 채택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44407 판결, 대법원 1994. 11. 29.자 94마417 결정 등 참조). 즉, A가 부동산을 압류하고, B가 이후 부동산에 저당권자로 등기되고, C가 다시 부동산을 압류한 경우, B는 A에 대하여는 우선순위를 주장할 수 없어 매각대금은 A, B, C에게 일단 각 채권액에 비례하여 안분배당되고, 다만 B는 C에 대하여는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므로 자신의 채권액을 만족시킬 때까지 C에게 배당된 금액을 흡수하여 변제 받습니다.
만약 부동산 담보신탁에서 우선수익권 지정이 저당권의 설정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이해한다면,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원고는 피고2 및 후행 압류채권자들과 안분배당을 받은 후, 후행 압류채권자들이 배당 받은 금액을 자신의 채권액을 만족시킬 때까지 흡수하여 변제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채권자는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물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신탁이라는 법적 형식을 통하여 도산 절연 및 담보적 기능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달성하게 되는 것일 뿐이므로, 그 우선수익권은 우선 변제적 효과를 채권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신탁계약상 권리입니다(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대상 판결의 경우,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대상은 위탁자의 잔여대금 채권이고, 2순위 우선수익권지정은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 설정이 아니라 채권의 처분행위가 되므로, 부동산에 관한 압류와 담보권 설정시 배당순위에 관한 법리와는 전혀 다른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나아가 압류의 처분금지효는 상대적이므로, 2순위 우선수익권 지정은 후행 압류채권자들에게는 유효하게 되고, 그 결과 원고는 2순위 우선수익권 지정에 관하여 피고2에게만 대항할 수 없게 되어, 피고2가 2순위 우선수익권이 지정된 부분의 잔여대금 채권을 모두 배당받는 반사적 이익을 얻었습니다.
대상 판결은 잔여대금 채권에 대한 우선수익권의 지정 행위는 채권의 처분행위이며, 압류의 처분금지효는 상대적 효력이 있음을 재확인하였고, 담보신탁에서의 우선수익권지정은 저당권의 설정과 전혀 다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드러낸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의 설정 대신 담보신탁계약에 따른 우선수익권을 지정받으려고 하는 경우 실질적인 권리 확보가 가능한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