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depth Analysis

백설화
변호사

소송 중인 권리에 대한 유증의 경우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는 상속개시일에 성립하나, 판결 확정 전까지는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 대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야 - 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두36080 판결 -

1. 사실관계

2. 쟁점의 정리

원고들은 이 사건 유증은 정지조건부 유증이고, 관련 소송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어 조건이 성취된 2017년경 비로소 원고들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① 이 사건 유증이 정지조건부 유증에 해당하는지 여부 ②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 성립시기가 쟁점이 되었다.

또한 이 사건 유증을 '소송 중인 권리의 무조건적 유증'으로 볼 경우, 소송 중인 권리의 수유자가 관련 소송의 판결 확정 전까지 상속세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세기본법 제48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납세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 가산세를 감면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대구고등법원 2021. 2. 5. 선고 2019누3354 판결)

A 명의 주식에 대한 유증은 정지조건부 유증이다. 다만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 제3조 제1항은 유증 목적물의 현실적인 취득을 상속세 납세의무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유증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는 피상속인의 사망일에 성립하였다.

국세기본법 제47조의3 제4항 제1호는 '소송 등의 사유로 상속재산으로 확정되지 않은 경우'를 과소신고가산세 면제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세기본법 제48조 제1항은 가산세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포괄하여 '납세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가산세를 면제하도록 하여 납부불성실가산세의 면제요건을 과소신고가산세 요건보다 더 제한하고 있지 않다. 또한 A 명의 주식이 수유자에게 귀속될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상속세 신고·납부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납세자의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

나. 대상판결(대법원 2024. 5. 9. 선고 2023두26080 판결)

원심의 이유 설시 가운데 '이 사건 유증 중 A 명의 주식에 대한 부분이 정지조건부 유증에 해당한다'는 부분은 부적절하나 유증에 따른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피상속인의 사망일에 성립한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4. 평석

가. 조건부 유증과 불확정 권리를 목적물로 하는 유증의 구분, 이 사건 유증의 성격

대상판결은 원심의 판단 중 이 사건 유증이 정지조건부 유증이라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① 유증 자체에 조건을 두는 것과 ② 유증의 목적물이 소송 중인 권리 등 불확정 권리인 것은 구분되고, 양자의 구분은 피상속인의 법률행위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유증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명시적인 해석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이를 '소송 중인 권리를 목적으로 하는 무조건의 유증'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유언공정증서의 문언,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변동과 관련한 제반사정, 소송 진행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상속인의 의사는 불확실한 사실(승소판결의 확정)의 성부에 유증의 효력발생을 의존시키려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상속인은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할 당시 이미 A 명의 주식 소유권에 대한 확신을 기반으로 A 명의 주식을 수유자에게 유증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유언공정증서의 문구나 조건문으로 작성되어 있으나 이는 소송 상황을 감안하여 주식 이전 시기와 절차에 관하여 정해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유증이 정지조건부 유증이 아니라고 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타당하다.

구 상증세법 제3조 제1항은 유증 목적물의 현실적인 취득을 납세의무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고, 같은 법 제65조는 ‘소송 중인 권리’ 역시 상속재산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그 가액평가의 방법을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유증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는 상속개시일에 성립한다. 대상판결이 이 사건 유증의 성격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납세의무의 성립시기에 대한 결론은 타당하다고 본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 따른 것이다.

나. 대상판결의 의의
  • (1) 정지조건부 유증의 경우, 아직 조건이 성취되기 전에 유언자가 사망하였다면 수유자는 '조건이 성취되면 유증을 받으리라는 기대권'인 '조건부 권리'를 취득할 뿐이고 일단 유증의 목적물은 상속재산으로서 상속비율에 따라 상속인들에게 귀속된다. 정지조건부 유증의 수유자는 조건이 성취되면 비로소 유증의무자에 대하여 유증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1073조 제2항), 이 때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성립하게 된다.

    그런데 원심판결은 이 사건 유증을 조건부유증으로 해석하면서도 상속세 납세의무는 상속개시일에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그 가액평가는 '소송 중인 권리'의 평가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 중 판결이유의 오류를 바로잡고, 유증의 법적 성격과 그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에 관하여 일관적인 해석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 (2) 소송 중인 권리를 목적물로 하는 유증의 경우 일반적인 유증과 마찬가지로 상속세 납세의무 자체는 상속개시일에 성립하게 되는데, 이는 납세자가 권리의 귀속이 분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단 자체적으로 가액을 계산해서 상속세 신고를 하고, 확정판결이 있으면 다시 수정신고 또는 경정청구를 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결론으로 이어진다(상속세 및 증여세 집행기준 67-64-2 역시 상속인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문제를 가산세 면제사유를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세기본법 제4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가산세가 감면되는 '정당한 사유'란 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는 사정 등 그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는데(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4두930 판결), 유증의 대상이 소송 중인 권리일 경우 납세자는 그 재산의 귀속에 관하여 확신하기 어렵고, 재산의 가액을 산정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를 '정당한 사유'로 포섭하여 가산세를 감면하도록 한 것이다. 이 때, 감면되는 가산세의 범위는 과소신고가산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납부불성실가산세도 포함된다.
  • (3) 대상판결은 이처럼 유증과 그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에 대하여 일관적인 해석을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고 납세자를 불확실성에 의한 불합리로부터 보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백설화 변호사, shbaek@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