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에서 회생계획인가의 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법원사무관등은 회생계획에서 인정된 권리를 회생채권자표, 회생담보권자표(이하 '회생채권자표 등')와 주주·지분권자표에 기재하여야 합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249조]. 이는 회생계획인가결정으로 인하여 확정되는 회생채권 등의 권리변경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회생채권자표 등의 기재는 회생계획인가의 결정이 확정된 때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집행권원이 됩니다(채무자회생법 제255조). 채무자회생법이 회생채권자표 등의 기재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는 것은 회생계획의 수행에 장애를 초래하지 안도록 회생계획에 따라 인정된 권리를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하고, 이를 기초로 회생절차종결 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서울회생법원 재판실무연구회, 회생사건실무(하)(제6판), 박영사, (2023), 116)].
그런데 여기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의 의미에 관하여 기판력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견해의 대립이 있는데, 대상 판결(대법원 2024. 3. 28. 선고 2019다253700 판결)에서는 회생채권자표가 작성된 회생절차가 종료된 후에 채무자가 회생채권자표 기재에 관한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와 채무자가 회생채권자표 기재 채권자가 해당 채권의 진정한 권리자가 아님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및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는지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원고 회사와 피고 보조참가인 은행은 신탁 방식의 자산유동화 거래를 실행하기로 하여 유동화대출거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으로 피고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피고 회사는 피고 보조참가인 은행들을 비롯한 대주들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해당 자금은 신탁계약에 대한 특약에 따라 피고 보조참가인 은행을 거쳐 원고 회사에게 지급되었습니다. 그 후 위 대출금 채무 일부가 상환되어 피고 보조참가인에 대한 대출금 채무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후 원고 회사의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피고 회사와 피고 보조참가인 회사는 모두 위 유동화대출거래와 관련한 채권신고를 하였습니다. 원고 회사는 피고 회사의 회생채권 신고에 대해서는 이의를 하지 않아 그 채권이 회생채권자표에 기재되었으나, 피고 보조참가인의 2차례의 회생채권 신고에 대해서는 피고 회사의 채권신고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피고 보조참가인의 회생채권 신고 관련 조사확정재판의 이의의 소에서 피고 보조참가인이 1차 채권신고에 대한 원고 측의 이의에 대하여 기한 내에 조사확정재판 신청을 하지 않고 동일한 회생채권을 다시 신고하는 2차 채권신고를 하는 바람에 피고보조참가인 은행의 회생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원고 회사는 회생절차 종결 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피고 회사의 회생채권이 회생채권자표에 기재되는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기재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대상 판결은 먼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란 기판력이 아니라 확인적 효력을 갖고 회생절차 내부에서 불가쟁의 효력이 있다는 의미에 지나지 아니한다. 따라서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이미 소멸한 회생채권이 이의 없이 확정되어 회생채권자표에 기재되어 있더라도 이로 인하여 권리가 있는 것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것이 명백한 오류인 경우에는 회생법원의 경정결정에 의하여 이를 바로잡을 수 있고, 회생절차 내부에서는 더 이상 다툴 수 없다고 하여도 채무자회생법에서 마련하고 있는 절차 외의 다른 절차에 의해 다투는 것까지 금지되는 것은 아니어서 무효 확인의 판결을 얻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법리를 설시한 이후 원고 회사의 회생채권자표 기재 무효 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어서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대상 판결은 피고 회사가 유동화대출거래 관련 채권을 직접 원고 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피고 회사의 회생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유동화대출거래의 복합적인 법률관계로 인하여 회생채권의 귀속주체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았고, 원고 회사의 관리인이 피고 회사의 회생채권 신고에 대해서는 이의하지 않으면서도 피고 보조참가인 은행의 회생채권 신고에 대해서 피고 회사와의 중복신고를 이유로 이의를 한 것은 피고 회사와 피고 보조참가인 은행을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인들에게 피고 회사와 이 사건 유동화대출거래와 관련한 회생채권자로 취급하겠다는 신의를 공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피고 보조참가인 은행이 1차 채권신고에 대한 이의에 대하여 기한 내 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지 아니하고 2차 채권신고를 한 것에는 추후보완신고를 하라는 원고 측의 잘못된 안내가 주요한 계기로 작용하였고, 만약 원고 회사의 주장을 허용하여 이 사건 회생채권자표 기재를 무효로 보게 된다면 원고 회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 사건 유동화대출거래와 관련한 채무를 부담하지 않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이는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른 경우라고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 회사가 회생채권자표 기재 채권자인 피고 회사가 해당 채권의 진정한 권리자가 아님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및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회생채권자표 등의 기재는 회생계획인가의 결정이 확정된 때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 채무자회생법 제255조 제1항에서 말하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에 관하여 회생절차 내부에서 불가쟁의 효력이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기판력을 부정하고 있고(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다18685 판결,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4다229757 판결 등) 대상 판결은 위와 같은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회생채권자표 등의 기재에 기판력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무효확인소송을 통해 여기에 기재된 회생채권자의 채권의 존부를 다투는 방안을 허용한다면, 대상 판결의 사안과 같이 복잡한 법률구조상 채권신고 당시 채권자 확정이 어려워 밀접하게 관련된 두 채권자 모두 채권신고를 하였으나 진정한 채권자가 채무자의 잘못된 안내 등으로 기한 내 조사확정재판신고를 하지 아니하여 회생채권자로 취급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위 법리에 따라 회생채권자표에 기재된 채권자의 채권도 존재가 부정될 수 있고, 결국 어느 채권자도 회생채권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여 채무자가 어느 누구에게도 관련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였습니다.
이에 관하여 대상 판결은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자표 등의 기재에 오류가 있는 경우 채무자가 회생절차 종결 후 이를 무효확인소송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하여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위와 같이 예외적으로 채무자가 진정한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자신이 회생채권자표 기재 채권자에 대하여 채권의 존재를 인정하는 등의 신뢰를 공여하였음에도 무효확인소송을 통해 회생채권자표 기재 채권자의 채권의 존재도 부정하여 어떠한 채무도 부담하지 않게 되는 결과는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의 관점에서도 회생채권자를 보호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