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on

2024년 조세 판례의 동향과 의의

Ⅰ. 들어가며

2024년에도 법인세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조세 판례들이 다수 선고되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판결 이외에도 중요한 판결들이 있으나, 지면 사정상 실무적·법리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을 위주로 소개하고자 한다.

Ⅱ. 국세기본법 분야

1. 법인세 부과처분에 대한 불복에서 결손금 감액경정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1두34688 판결)

원고는 2008~2012 사업연도 각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하면서 2008~2011 사업연도에는 결손금이, 2012 사업연도에는 소득금액이 발생하였다고 신고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당초 신고내용과 달리 2010 사업연도 결손금과 2012 사업연도 소득금액을 각각 감액경정하고(그 결과 2012 사업연도에 결손금이 발생한 것으로 경정하였다), 이를 원고의 2014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 계산시 이월결손금으로 공제하여, 결과적으로 2015. 10. 15. 원고에게 2014 사업연도 법인세(가산세 포함)를 증액경정·고지하였다. 이후 피고는 2016. 7. 15. 그 일부를 감액경정·고지하였다(2014 사업연도 법인세에 관한 당초처분 중 위와 같이 감액되고 남은 부분을 '이 사건 처분').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결손금 감액경정을 하면서 법인세법에서 정한 통지 등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사정이 있었다. 이에 원고가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한 방어권 행사 및 불복의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경우, 이후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에서 선행하는 결손금 감액경정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원심은 2010 사업연도 결손금 감액경정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구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단의 규정에 따라 '제60조에 따라 신고하거나 제66조에 따라 결정·경정된 과세표준에 포함된 결손금'이 아닌 결손금은 그 이후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을 산정함에 있어 이월결손금으로 공제될 수 없는데, 원고가 주장하는 2010 사업연도 추가결손금(피고가 감액경정한 부분)은 신고하거나 결정·경정된 과세표준에 포함된 결손금이 아니어서 2014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을 산정함에 있어 이월결손금으로 공제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결손금 감액경정을 하면서 법인세법에서 정한 통지 등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납세의무자에게 방어권 행사 및 불복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경우'에는 납세의무자가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후 사업연도의 법인세 부과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에서 선행하는 결손금 감액경정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해 심리를 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은 종전 판결(대법원 2020. 7. 9. 선고 2017두63788 판결)을 통해, 원칙적으로 결손금 감액경정의 위법성에 대하여 후속 사업연도에서의 불복 가능성을 제한하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해서는 불복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대상판결은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인지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납세의무자의 권리구제 방안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당초신고에 대한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불복기간이 경과한 증액경정처분의 위법사유를 다툴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1두39997 판결)

원고의 중국 자회사는 2014 사업연도에 원고에게 배당금(이하 '이 사건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한·중 조세조약에 따른 5% 제한세율을 적용한 세액을 원천징수하여 중국에 납부하였다. 원고는 중국에 납부한 위 세액을 직접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하는 한편, 한·중 조세조약에 따라 이 사건 배당금에 대해 추가로 5%의 간주외국납부세율을 적용한 금액 중 외국납부세액 공제한도 내 금액을 간주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하여 2015. 3. 31. 2014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였다. 피고는 2015. 12. 22. 원고에게, 간주외국납부세액을 공제한 것이 부당하다는 등의 사유로 2014 사업연도 법인세(가산세 포함)를 증액하는 내용의 증액경정처분을 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증액경정처분'), 원고는 이 사건 증액경정처분에 대하여 불복기간(90일) 내에 다투지 않았다. 원고는 2016. 7. 20. 피고에게 이 사건 배당금에 대하여 간주외국납부세액공제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014 사업연도 법인세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거부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불복기간이 경과하여 불가쟁력이 발생한 이후에도 납세자가 당초신고에 대한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증액경정처분의 위법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납세자의 당초신고 이후 증액경정처분이 있었고 납세자가 위 증액경정처분에 대하여 불복기간 내에 다투지 않아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불가쟁력이 발생한 경우에도, 당초신고에 대한 경정청구기간이 남아 있다면 납세자는 당초신고한 세액의 범위 내에서 경정청구를 하고 그에 대한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증액경정처분의 위법사유를 경정거부처분의 위법사유로 다툴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제1호는 그 문언상 증액경정처분이 있는 경우에는 증액경정처분을 경정청구 대상으로 삼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증액경정처분의 위법사유 또한 경정청구 사유가 된다고 봄이 자연스러운 점,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단서가 증액경정처분으로 증가한 세액에 대한 경정청구기간을 90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불복의 사유가 아니라 불복의 범위를 제한하려는 취지로 보이는 점, 일반적인 흡수설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납세자가 증액경정처분 취소소송에서 당초신고(결정)의 위법사유를 주장할 수 있는 것과의 형평 등을 고려할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대상판결은 당초신고 후 증액경정처분이 있는 경우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불복기한 90일이 경과하였더라도 당초신고세액의 범위 내에서는 납세자가 경정청구의 방법으로 증액경정처분의 위법사유를 다툴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 최초의 판결로, 당초신고세액의 범위 내에서 증액경청처분에 대한 불복기간이 늘어나 납세자의 권리구제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 횡령금 반환과 후발적 경정청구 (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1두35346 판결)

원고는 2005~2013년 기간 동안 A 회사와 B 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들')에게 상표권 등의 사용권한을 부여한 사실이 없음에도, 이 사건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경영한 부친 등과 공모하여 이 사건 회사들로부터 상표권 사용료 명목의 돈(이하 '이 사건 사용료')을 지급받아 횡령하였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이 사건 회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거쳐 이 사건 사용료를 손금불산입하고, 그 사용료 상당액이 사외유출된 것으로 보아 2014. 6.~10.경 원고의 기타소득으로 소득처분하였다. 원고는 위 횡령 범행으로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5. 5.경 채권양도 및 변제공탁의 방법으로 이 사건 사용료 상당액의 대부분을 이 사건 회사들에게 지급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사용료 소득과 관련하여 2017. 9. 1. 원고에게 2010년, 2011년, 2012년, 2014년 귀속 각 종합소득세를 경정·고지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횡령으로 인한 소득에 대하여 납세의무가 성립한 후 피해액의 변제 등을 통하여 해당 소득이 사후적으로 상실된 경우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횡령금 상당액에 대하여 그 귀속자에게 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한 이상, 사후에 그 귀속자가 형사재판에 이르러 해당 횡령금 상당액을 피해법인에게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등의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은 횡령금에는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형사재판 과정에서의 횡령금 반환은 양형상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해당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그 판단 근거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후발적 경정청구는 당초에 알지 못하였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사유가 과세표준 및 세액 결정 이후에 발생한 경우 이를 정정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경제적 이익 상실가능성의 내재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타당한지 다소 의문이다. 또한 양형상 이익은 횡령금 반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효과일 뿐인데, 이를 소득의 종국적인 실현으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위법한 소득을 국가에게 몰수·추징당했을 때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하면서 피해자에게 반환했을 때는 인정하지 않는 결론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대상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를 축소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판단으로 나아가면서도 합리적·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Ⅲ. 법인세 및 소득세 분야

1. 선택적 복지제도에 따른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 2024. 12. 24. 선고 2024두34122 판결)

원고는 선택적 복지제도를 실시하면서 임직원들에게 매년 연 2회(1월 1일, 7월 1일) 일정한 복지포인트(이하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부여해 왔다. 원고 소속 임직원들은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원고와 제휴 관계에 있는 복지몰에서 물품 등을 구매하면서 직접 사용하거나, 이 사건 복지포인트와 연동된 복지카드 사용액에 대한 차감신청을 통하여 사용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2015년 귀속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납부하였으나, 이후 피고에게 이 사건 복지포인트 상당액을 2015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근로소득세를 다시 계산하여 이미 원천징수하여 납부한 근로소득세액과의 차액을 환급해 달라는 취지의 경정청구를 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으로 과세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경정청구를 거부(이하 '이 사건 처분')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원심은, 근로기준법상 임금과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이 서로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보았으나, 선택적 복지제도의 도입 경위, 근로복지기본법 제3조 제1항이 근로복지의 개념에서 근로조건을 제외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배정을 금원의 '지급'으로 평가할 수 없는 점, 금전과 비교할 때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사용·수익·처분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직원들이 원고에게 제공한 근로와 일정한 상관관계 내지 경제적 합리성에 기한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급여에는 해당하는 점, 임직원들이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사용함으로써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고 볼 수 있는 점, 근로복지기본법 제3조 제1항을 근거로 근로복지와 근로조건을 양립불가능한 개념으로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는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 외에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는 급여가 포함된다. 따라서 여기서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는 급여'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기존에 체력단련비, 가족수당, 식대, 휴가비 등 '후생에 관한 근로조건'은 모두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복지포인트의 경우 근로복지기본법이 적용되는데,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르면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의 일환이고, 여기서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은 '근로복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복지기본법의 문언 상 '근로복지'인 복지포인트는 '근로조건'이 아니므로, 근로소득도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통상임금과 관련된 사건에서는 위와 같은 입장에서 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근로복지기본법의 내용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 임금 등을 규율하지 않겠다는 것일뿐, 복지포인트가 넓은 의미의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로 인하여 복지포인트와 관련된 기존에 발생한 다수의 논란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통상임금에서 취한 입장과 소득세와 관련하여 취한 입장이 서로 일관되지 않아 보이는 측면이 있으나, 노동법과 세법은 서로 관점과 해석 원리가 동일하지 않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된다.

2. 전산시스템 위탁개발 비용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 2024. 12. 24. 선고 2021두55203 판결)

금융지주회사인 원고는 생명보험사인 A법인을 연결자법인으로 하여 연결납세방식에 따라 법인세를 신고·납부해 왔다. 원고는 A법인이 소프트웨어 개발업자에게 차세대 전산시스템(이하 '이 사건 전산시스템')의 개발을 위탁하고 지급한 운영 소프트웨어 개발비 및 인건비를 합한 비용(이하 '쟁점 비용')이 구 조세특례제한법(2014. 12. 23. 법률 제128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조특법') 제10조 제1항 제3호 (가)목에 따른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이하 '쟁점 세액공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인세의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거부하였다.

구 조특법 제9조 제2항 제1호는 '새로운 서비스 및 서비스 전달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의 경우 자체 연구개발에 필요한 비용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용만 연구·인력개발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서비스활동의 위탁연구개발비는 쟁점 세액공제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전산시스템을 수탁업체에 위탁하여 개발하였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전산시스템의 위탁개발이 과학기술활동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쟁점 비용에 대하여 쟁점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이 사건 전산시스템의 위탁개발이 구 조특법 제9조 제5항에서 정한 과학기술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원심은, 위탁연구개발의 경우 구 조특법 제9조 제5항에서 정한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 여부는 위탁자를 기준으로 하여 위탁자의 사업에 관한 기존의 지식 또는 기술의 수준이 해당 연구개발을 통하여 진보·발전하였는지에 의하여 판정하여야 하고, 이미 수립된 절차, 시스템, 서비스의 주요한 개선을 이루는 경우에도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으로서 연구개발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뒤, 개발과정에서 정보기술의 진전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기존에 수립된 업무 절차, 시스템, 서비스의 주요한 개선을 이루어 위탁자의 금융보험기술이 진전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과학기술활동에 해당하고, 다만 조특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2014 사업연도분 비전담부서 연구개발비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전산시스템은 기존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그 당시의 정보기술 등을 활용하여 위탁개발한 것으로 그 목표와 결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전산시스템의 위탁개발은 과학적 또는 기술적 불확실성을 체계적으로 해소하여 정보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의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으로 볼 수 없으므로 과학기술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은 '기존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개발활동'은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고, '과학적 또는 기술적 불확실성을 체계적으로 해소하여 과학기술 분야의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만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기업이 수행하는 연구개발활동은 대부분 '기존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개발활동'이 기반이 되어, 이를 통해 개선된 기술이나 신제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일반 기업체가 수행하는 연구개발활동을 '기존 업무 효율 개선' 부분과 '신기술 등 불확실성 해소' 부분으로 일도양단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대법원은 대상판결과 같은 시기에 선고된 한국거래소 사건(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1두48359 판결)에서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을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으로 인정하였다. 이는 사실관계에 바탕을 두고 위 구별기준을 적용한 결과로 생각되나, 구체적으로 두 사건 사이에 정확히 어떠한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하였는지를 쉽게 알기 어렵다.

결국,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향후 기업들은 자신들이 지출하는 연구개발비가 세액공제 대상인지를 사전에 명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현행 실무상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를 많이 받고 있는데, 중소기업일수록 '기존 업무 효율 개선' 방식의 연구개발비 지출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대상판결로 인하여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향후 더 증폭되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지출이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능하다면 향후 입법을 통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여 납세자가 지출 전에 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3.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급한 불법행위 손해배상금이 손금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 2024. 9 . 12. 선고 2021두35308 판결)

원고는 완전자회사인 A은행을 연결자법인으로 하여 연결납세방식에 따라 법인세를 신고·납부하는 금융지주회사이다. 소외 乙은 업무상 횡령행위로써 소외 甲으로부터 명의신탁 받은 B회사의 주식 등을 A은행에게 처분하였고, A은행은 위 주식에 관하여 소외 甲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여 소외 甲이 B회사에 대해 행사하고 있던 경영권을 상실하였다. 이에 소외 甲은 A은행에게 소외 乙과의 공동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관련 민사사건'). 위 소송에서 법원은 A은행의 위 주식 취득 및 의결권 행사가 "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판시하여 소외 甲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였고, 'A은행이 소외 甲에게 150억 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확정되었다. A은행은 관련 민사사건의 결과에 따라 소외 甲에게 손해배상금 및 지연손해금(이하 '쟁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였고, 원고는 쟁점 손해배상금을 2016 사업연도 손금으로 산입하여 해당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쟁점 손해배상금을 원고의 손금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법인세를 증액경정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급한 불법행위 손해배상금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으로서 법인의 손금에 산입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원고 법인의 연결자법인이 지급한 손해배상금이 관련 민사사건의 확정판결에 따라 지급된 것으로서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고, 액수 또한 실손해의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금액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그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마찬가지로 손해배상금을 지출하였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 위 손해배상금은 법인의 손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법인의 손금에 산입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의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법인이 위법행위로 인하여 지출한 비용 중 손해배상금과 같이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으로서 법인의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일단 위법행위가 이루어진 이후에는 그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것이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것으로서 그와 같은 손해배상이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더구나 그와 같은 손해배상금 지급이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라면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보기 더욱 어려운 점, 2017년에 개정된 법인세법 제21조의2가 법인이 지급한 손해배상금 중 실제 발생한 손해를 초과하여 지급한 금액만을 떼어내어 손금불산입한다고 규정한 것은 반대해석상 실제 발생한 손해 부분의 손금 산입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점,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법인이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기 위하여 지급한 손해배상금은 그 원인행위가 갖는 위법성의 크기를 불문하고 손금에 산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대법원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4. 본인과 친족관계에 있는 특수관계인이 법인의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 본인과 법인 사이의 특수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2두63386 판결)

원고는 2018. 5.경 경매절차에서 공장용지 및 지상 공장건물 등(이하 '이 사건 부동산')을 485,000,000원에 매수하였다. 그 후 2019. 3.경 원고의 동생이 최대주주이자 대표자인 소외 회사에 490,000,000원에 양도하였다. 소외 회사는 원고의 동생이 그 배우자와 합하여 발행주식총수 전부를 보유하고 있었을 뿐, 원고 본인은 소외 회사의 주주이었거나 임직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없었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가액을 485,000,000원으로 양도가액을 490,000,000원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 당시 시가를 감정평가액 628,071,250원으로 산정하여 원고가 특수관계인인 소외 회사에 이 사건 부동산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양도하였다고 보아, 소득세법 제101조 소정의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하여 양도소득세 및 가산세를 부과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 본인이 직접 출자하지는 않았으나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발행주식총수의 30% 이상을 출자한 경우 해당 법인을 소득세법상 본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본인과 친족관계에 있는 특수관계인이 다른 법인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본인이 그 특수관계인을 통하여 해당 법인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아 소득세법(국세기본법)상 특수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본인의 특수관계인이 해당 법인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에 있더라도 이것만으로는 본인과 해당 법인의 특수관계가 인정되지 않고, '지배적인 영향력의 행사'를 특수관계인이 아닌 본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 것이다.

기존 대법원은 과점주주 간주취득세가 문제되었던 사안에서,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의 판단과 관련하여 특수관계인이 아닌 본인을 기준으로 판단한 바 있다. 대상판결은 국세기본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도 이와 동일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인이 특수관계인을 통하여 다른 법인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할 때 세법의 문언상 그 영향력 행사의 주체는 본인이어야 한다는 점, 국세기본법과 체계가 동일한 지방세기본법상 특수관계 조항에 관한 법리는 국세기본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점, 2012~2013년경 각 세법상 특수관계인 관련 조항 개정은 세법상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통일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는 점, 만약 대상판결과 같이 세법상 특수관계 조항의 '통하여'라는 문언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을 경우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5. 법인이 개인 주주인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본거래를 통하여 분여받은 이익이 익금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3두39809 판결)

원고는 소외 회사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서 소외 회사의 지분 5.44%를 보유한 주주이다. 소외 회사는 권면액 70억 원의 사모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였고, 원고는 그 중 20억 원 상당(28.57%)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뒤 위 신주인수권부사채에서 분리된 신주인수권을 1주당 955원에 행사하여 소외 회사의 신주 2,904,240주를 취득하였다. 한편, 소외 회사의 주주는 원고(5.44%) 외에 개인 B(11.39%), C(대표이사, 13.1%), D(11.39%)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B는 원고의 주주(30%)이자 대표이사이고, C(40%), D(30%) 또한 각 원고의 주주이기도 하다. 피고는 원고가 소유주식 수에 비례하여 균등한 조건으로 배정받을 수 있는 수를 초과하여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고 그 신수인수권을 행사하여 주식으로 전환함으로써 특수관계인(B, C, D)으로부터 이익을 분여받았다고 보아 원고에게 법인세를 과세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자본거래로 인하여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분여받은 이익을 익금에 포함시키도록 정하고 있는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6. 2. 12. 대통령령 제26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조 제9호의 '특수관계인'에 '개인 주주'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위 법인세법 시행령 조항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각목의 어느 하나 및 같은 항 제8호의2에 따른 자본거래로 인하여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분여받은 이익"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제8호의2는 이익을 분여한 특수관계인이 법인 주주인 경우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가 이익을 분여한 '특수관계인'을 법인 주주로 한정하고 있지 않은 점, 위 규정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제8호의2에서 규정한 자본거래의 유형만 인용한 것으로 해석함이 자연스러운 점, 위 규정은 최초에 '제88조 제1항 제8호의 규정에 의하여 특수관계자로부터 분여받은 이익'으로 규정되었다가 '제88조 제1항 제8호 각 목의 규정에 의한 자본거래로 인하여 특수관계자로부터 분여받은 이익'으로 개정되었는데, 그 개정 취지는 자본거래의 유형만을 인용하는 것을 명확히 하려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는 일정한 유형의 자본거래로 인하여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분여 받은 이익을 법인세 과세대상으로 삼기 위한 규정으로 이익 분여자가 법인 주주인지 개인 주주인지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져야 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의 '특수관계인'에는 개인 주주 또한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가 이익을 분여한 자가 개인 주주인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하여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제8호의2의 적용 대상은 이익 분여 주체가 '법인 주주'인 경우로 한정되지만,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에 따른 익금의 범위에는 이익 분여 주체가 '개인 주주'인 경우까지 포함되어, 양자의 범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Ⅳ. 국제조세 분야

1. 국제운송업을 영위하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사업소득 범위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2두51031 판결)

원고는 자동차해상운송사업과 용대선사업을 영위하는 외국법인으로 홍콩에 주사무소를 두고 있으나, 각국의 대리점을 개설·관리하고 거래처들과 운송계약을 체결하거나 선복의 운용·영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원고 업무의 본질적 사항은 대한민국에 설립된 A사와 대리점계약을 체결하여 A사가 대행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실질적 관리장소가 국내에 있으므로 원고를 법인세법상 내국법인이라고 전제한 후, 2006~2009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지 아니하였고, 국내에 부가가치세법상 사업장을 등록 신청하지 아니하였으며, 영세율을 적용한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2006~2009 사업연도 법인세 및 가산세, 2006년 1기~2009년 1기 부가가치세 및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피고는 항소심 진행 중 2006 사업연도에 대해서는 원고가 국내사업장을 가진 외국법인이라고 처분사유를 변경하였으며, 원심은 이를 긍정하였다. 대상판결에서는 원고의 2006 사업연도 부분이 심리대상이었고 ① 국내사업장을 가진 외국법인이 국내외에 걸쳐 선박에 의한 국제운송업을 영위하면서 발생하는 소득 중 국외에서 승선한 여객이나 선적한 화물에 관련하여 발생한 소득이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사업소득으로서 법인세 과세표준에 포함되는지, ②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 총합계액에 포함되는 '선박의 외국항행소득'의 존재 및 범위에 대한 증명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 ③ 부가가치세 영세율과세표준 신고불성실가산세와 관련하여 영세율 매출액이 적법하게 산정되었다는 사정을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하는지 등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원고가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선박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사업을 영위하였으므로 원고의 손익계산서상 매출액에는 화물의 국외 선적과 관련하여 발생한 매출액이 포함되었을 개연성이 높아, 해당 매출액이 오로지 화물의 국내 선적과 관련하여 발생한 소득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는 이상, 위 매출수익 전부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원고의 매출액 중 영세율 신고의무가 있는 부분은 화물의 국내 선적과 관련하여 발생한 매출액에 한정되므로, 영세율 적용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화물의 국내 선적 관련 매출액의 존재 및 범위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국내사업장을 가진 외국법인이 국내외에 걸쳐 선박에 의한 국제운송업을 영위하는 경우 국내에서 승선한 여객이나 선적한 화물에 관련하여 발생한 소득만이 구 법인세법(2006. 12. 30. 법률 제81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 제5호에 따른 해당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사업소득으로서 법인세 과세표준에 포함된다는 점, 이 경우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 총합계액에 포함되는 '선박의 외국항행소득'의 존재 및 범위도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영세율과세표준 신고불성실가산세의 과세의 근거가 되는 영세율과세표준의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 있으므로 영세율 매출액이 적법하게 산정되었다는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도 과세관청에 있다는 법리를 재차 확인하였다.

2. 조세조약상 원천지국 과세권을 초과하여 납부한 세액이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인지 여부 (대법원 2024. 2. 8. 선고 2021두32248 판결)

내국법인인 원고는 2009년경부터 이 사건 중국법인이 우리나라 또는 중국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에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지급보증수수료를 수취하여 왔다. 이 사건 중국법인은 2014. 12. 원고에게 위 지급보증에 따른 지급보증수수료(이하 '이 사건 지급보증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위 지급보증수수료가 한·중 조세조약 제11조 제2항의 '이자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10%의 제한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세액(이하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을 원천징수하여 중국 과세당국에 납부하였다. 원고는 당초 2014 사업연도 법인세 정기신고·납부 시에는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을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하지 아니하였다가, 이후 피고에게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이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경정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지급보증수수료가 한·중 조세조약 제22조의 '기타소득'으로서 거주지국인 우리나라에만 과세권이 있어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한·중 조세조약상 중국의 과세권이 인정되는 범위를 초과하여 중국에 납부한 세액을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한·중 조세조약은 '이자'에 대하여 "모든 종류의 채권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이라고 정하고 있을 뿐, 명확한 내용을 정하고 있지는 않은데, 중국 과세당국은 이 사건 지급보증수수료를 '이자소득'으로, 한국 과세당국은 '기타소득'으로 판단하여 양 국가의 입장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한편, 내국법인의 국외원천소득에 대한 외국납부세액공제를 규정하고 있는 구 법인세법(2014. 12. 13. 법률 제128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7조 제1항 제1호 등은 외국납부세액이 '적법하게' 납부될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은 바, 내국법인이 소득의 원천지국에서 조세조약상 해당 국가의 과세권이 인정되는 범위를 초과하는 세액을 납부한 경우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한·중 조세조약 및 구 법인세법 제57조 제1항 제1호 등 규정들의 문언 및 체계 등에 의하면 내국법인의 국외원천소득에 대한 외국납부세액공제는 한·중 조세조약상 그 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인 중국의 과세권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중국에 납부하는 세액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이 사건 지급보증수수료는 한·중 조세조약상 '기타소득'으로서 한국에 과세권이 있으므로 중국에 납부한 세액이 있더라도 이를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내국법인이 외국에서 조세조약상 해당 국가의 과세권 행사가능 범위를 넘는 세액을 납부한 경우, 이중과세가 발생하더라도 이는 국내 법인세에서 공제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최초의 판결이다. 다만 이 사건 원심이 지적한 것처럼 외국납부세액공제는 동일한 소득에 대한 국가 간의 중복과세를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임을 고려하면, 대상판결의 결론에 따를 때 같은 조세조약 조항을 두고 양 체약국의 확고한 견해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납세자가 이중과세의 부담을 온전히 떠안게 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이에 따라 향후 내국법인은 해외에서 원천징수된 세액의 소득구분에 대해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면 납세자의 책임으로 한국 과세관청도 같은 해석을 취할 것인지를 사전에 철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외국법인의 거주지국에서 발생하여 그 외국법인의 국내 고정사업장에 귀속된 소득에 관하여 거주지국에 납부한 세액이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인지 여부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1두46940 판결)

원고는 본점 소재지가 중국인 외국법인으로서 서울 소재 국내사업장(이하 '원고 서울지점')을 두고 국내에서도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원고 서울지점은 2011~2015 사업연도까지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을 원고의 중국 내 지점에 예금하거나 중국 내 사업자(이하 '이 사건 중국거주자들')에 대여하고, 그에 따른 이자(이하 '이 사건 소득')를 얻었다. 원고 서울지점은 이 사건 소득을 위 각 사업연도의 법인세 과세표준에 포함하여 해당 사업연도의 법인세를 신고·납부하면서, 이 사건 중국거주자들이 원고 서울지점에 지급할 이자 중 10% 상당액(이하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을 원천징수하여 중국 과세당국에 납부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을 구 법인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법인세법') 제5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하여 법인세를 신고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이 제3국이 아닌 원고의 거주지국인 중국에 납부된 세액이므로 구 법인세법에 따른 외국납부세액공제가 배제되어야 함을 전제로, 원고에게 2011~2015 사업연도의 법인세 및 가산세를 부과하였다.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이 외국납부세액공제 대상인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① 우선적 과세권을 갖는 국가의 상대방 국가가 외국납부세액 공제 등 이중과세 회피의무를 부담하므로 한·중 조세조약의 해석상 어느 국가에 이 사건 소득에 대한 우선적 과세권이 있는지, ② 원고가 거주지국(중국)에 납부한 이 사건 원천징수세액이 '외국' 법인세액에 해당되는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한·중 조세조약 규정들의 문언 및 체계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중국거주자들이 원고 서울지점에 지급한 이 사건 소득에 대하여는 고정사업장 소재지국인 한국이 우선적으로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외국납부세액공제와 같은 이중과세조정은 거주지국인 중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에 대한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의 취지는 그 외국법인의 거주지국이 아닌 '제3국'에서 납부한 세액에 대하여 공제를 허용한 것이라고 보았다.

OECD 모델 조세조약에 따르면 고정사업장이 있는 외국법인의 경우 당해 고정사업장과 실질적으로 관련 있는 소득은 그 고정사업장 소재지국에도 과세권이 발생하므로, 발생지국(A)-소재지국(B)-거주지국(C) 간의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이중과세 조정이 문제된다. 대상판결은 위 삼각관계 중 발생지국과 거주지국이 동일한 A-B-A의 사례에서 거주지국에서 납부된 원천징수세액은 한국에서 공제되는 외국납부세액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다. 다만, 대상판결이 삼각관계 중 원천지국과 거주지국이 동일한 예외적인 사안을 소재지국과 거주지국 간의 과세권 분배 논리 위주로 해결한 점, 법률 규정의 '외국'을 문언과 달리 '제3국'으로 축소해석한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Ⅴ. 상속세 및 증여세 분야

1. 구 상증세법 제48조 제2항 제4호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의 해석 (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1두54293 판결)

원고는 학교법인으로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여러 토지를 매매로 취득한 뒤, 1997년부터 이 토지에 빌딩(이하, ''이 사건 빌딩')을 신축하여 2002년에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2007년 원고는 이 사건 빌딩을 약 2,603억 원에 매각하였으며 매각대금 중 약 1,628억 원을 자회사인 건설사 A에 대여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출연받은 재산을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을 공익목적사업 외에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출연재산분(49.9%)과 비출연재산분(50.1%)으로 안분하여 출연재산분 중 A건설에 대여한 금액은 구 상증세법 제48조 제2항 제4호에 따른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보아 증여세를 결정·고지하였다. 이에 원고는 불복하여 소를 제기한 것이다.

구 상증세법 제48조 제2항 제4호는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의 사후관리의무를 위반하여 증여세가 부과되는 사유 중 하나로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을 공익목적사업 외에 사용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빌딩과 같이 출연받은 당해 재산이 아닌 경우에도 이를 매각한 대금이 구 상증세법 제48조 제2항 제4호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21.9.29. 선고 2020누36351 판결)은 상증세법령에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의 범위 및 판단기준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는 '출연받은 당해 재산의 매각대금' 뿐만 아니라, '출연받은 재산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은 물론 '출연받은 재산을 수익용 또는 수익사업용으로 운용하여 얻은 소득으로 취득한 재산의 매각대금'까지 포함되므로 이 사건 매각대금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은 '출연받은 당해 재산의 매각대금'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그 문언과 달리 넓게 해석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매각대금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동안 과세당국은 구 상증세법 제48조 제2항 제4호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여 왔다(상증세법 집행기준 48-38-9, 서면4팀-2755, 2006.08.10.). 그러나 조세법률주의의 엄격해석 원칙상 비록 과세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행정편의적인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에 의하여 이를 해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바, 법령에 사용된 용어에 관한 정의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한다. 즉, 출연의 사전적 정의 및 종전 상증세법상 출연의 정의규정에 의하면, 위 '출연받은 재산'은 '무상제공받은 당해 재산'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동일한 법령에서의 용어는 법령에 다른 규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하게 해석·적용하는 것이 법률의 체계적 해석에 부합하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출연받은 재산'의 의미는 구 상증세법 제48조 제1항, 제2항 제1호 내지 제3호의 그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위 조항들에서 정한 '출연받은 재산'은 '출연받은 당해 재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상판결의 판단은 조세법률주의의 엄격해석 원칙과 법률의 체계적 해석에 부합하는 것으로 타당하며, 구 상증세법 제48조 제2항 제4호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은 '출연받은 당해 재산의 매각대금'만을 의미한다고 판시함으로써 구 상증세법 제48조 제2항 제4호의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2.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 상속세 연대납부의무 한도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2두64143 판결)

망인은 2016년 사망 당시 우리나라 세법상 비거주자에 해당하였다. 원고 A(망인의 배우자)와 원고 B(망인의 자녀)는 망인 소유의 국내예금과 미국 소재 주택 1채를 공동으로 상속받았다. 원고들은 법정신고기한 내 상속세를 신고하지 않았고, 이후 2018년 피고는 망인에 대한 상속세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망인의 이 사건 국내예금과 망인이 사망 전 원고들 외에 국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생전 증여한 재산가액을 합한 금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으로 총 상속세액을 결정한 다음, 원고들에게 위 상속세액을 연대하여 납부하도록 고지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였다.

상증세법 제3조의2 제1항 및 제3항에서는 상속인에게 '상속재산 중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 (연대)납부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상증세법 제3조와 달리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와 비거주자인 경우를 달리 나누어 구분하고 있지 않다. 대상판결에서는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에 이 사건 상증세법 규정의 '상속재산'이 '국내 소재 상속재산'을 의미하는지, 국내·외를 불문한 '모든 상속재산'을 의미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제1심(서울행정법원 2021. 4. 6. 선고 2020구합79691 판결)은 이 사건 상증세법 규정에서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이라고 한정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상속세 납부의무 한도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상속재산'은 피상속인이 거주자이든 비거주자이든 불문하고 피상속인의 국내·외 모든 재산을 의미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달리, 원심(서울고등법원 2022. 9. 28. 선고 2021누40876 판결)과 대법원은 비거주자에 대한 상속세 과세대상을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으로 한정한 상증세법의 체계, 관련 규정의 문언 및 취지 등에 비추어,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 상증세법 제3조의2 제1항 및 제3항의 '상속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에는 상속세 과세대상인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만 포함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에 앞서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0두3221 판결에서도 '상속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의미가 문제되었는데, 대법원은 여기서 '재산'은 상속재산 그 자체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상속세 과세대상이 되는 상속재산'을 평가한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산출한 상속인 별 재산가액을 한도로 연대납세의무의 책임범위가 정해진다고 보았다. 이때, '상속세 과세대상이 되는 상속재산'이란,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만을 의미하는데,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 판례와도 그 취지를 같이 한다. 또한, 상증세법 제3조의2는 '공유물에 속하는 재산과 관계되는 국세 및 강제징수비는 공유자가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정한 국세기본법 제25조 제1항의 취지를 상속세에 관하여도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상속세 연대납부의무는 기본적으로 공동상속인의 공유물이자 상속세 과세대상에 해당하는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에 적용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상증세법 제3조의2 제1항 및 제3항의 '(상속)재산'이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을 의미한다고 본 대상판결의 판단은 국세기본법 제25조 제1항 및 이 사건 상증세법 규정의 입법취지, 기존 대법원 판례 법리와의 정합성 등에 비추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상판결은 기존 대법원 입장에 이어 이 사건 상증세법 규정의 '상속재산' 내지 '재산'의 의미에 관하여 명확히 판시한 것에 그 의의가 있다.

3. 소송 중인 권리에 대한 유증의 경우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의 성립시기 (대법원 2024. 5. 9. 선고 2021두36080 판결)

피상속인은 자신이 소유한 주식(이하 '이 사건 주식')을 가족들에게 명의신탁을 하였다. 이 사건 주식 중 차남 명의 주식의 귀속을 두고 분쟁이 발생함에 따라, 피상속인은 차남을 상대로 주식소유권확인소송을 제기하였고, 소유권확인소송이 계속되던 중에 2014. 7. 25. "소유권확인소송에서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차남 명의의 주식을 원고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그런데 소유권확인소송 진행 중에 2015. 3. 경 피상속인이 사망함에 따라, 소유권확인소송에서의 피상속인 승소 판결은 피상속인 사망 이후에 확정되었다.1) 상속인들은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이 사건 주식을 상속재산으로 포함하였으나 그 가액을 0원으로 신고하였다. 이에 과세관청은 상속세가 과소신고 되었다고 보아 상속세에 대한 납부불성실가산세 및 과소신고가산세 등을 결정·고지하였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였다.

상증세법상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사망과 동시에 상속이 개시되고 이때 상속인과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 그리고 민법 제1073조 제2항은 '정지조건부 유증의 경우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유언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유증은 조건부 유증이므로 '승소판결 확정'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유증의 효력이 발생하고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라, 대상판결은 이 사건 유증이 조건부 유증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 성립 시기가 쟁점이 되었다.

정지조건부 유증의 경우, 조건 성부가 미정인 상태에서 상속이 개시되면 수유자는 '조건이 성취되면 유증을 받으리라는 기대권'인 '조건부 권리'를 취득할 뿐이고 유증의 목적물은 상속재산으로서 상속인들에게 귀속되므로, 우선 상속인들이 유증 목적물에 대한 상속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와 달리 수유자는 조건의 성취로 유언의 확정적 효력이 발생하여 유증이행청구권을 취득한 때에 비로소 유증에 따른 상속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원심은 이 사건 유증을 '정지조건부 유증'으로 해석하면서도 수유자의 상속세 납세의무가 조건성취 여부와 관계없이 피상속인의 사망시에 곧바로 성립한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이 사건 유증을 '소송 중인 권리에 대한 무조건의 유증'으로 해석하고 납세의무가 상속개시시에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이 사건 유증을 조건부 유증으로 본 원심의 이유 설시가 부적절하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유증의 효력이 상속개시일에 발생하고 같은 날 상속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는 원심의 결론은 긍정하면서 이 사건 유증에 대한 일관적인 해석을 제시한 것이다.

한편, 소송 중인 권리의 가액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권리의 내용을 기초로 하여 상속개시 당시 현황에 의해 평가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는 납세자가 권리 귀속이 분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단 상속세 신고를 하고, 확정판결이 있으면 다시 수정신고 또는 경정청구를 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상판결은 가산세 면제사유를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소송 중인 권리에 대해서는 납세자가 판결 확정 전까지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여 납세자를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합리로부터 보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1) 이 사건 소유권확인소송의 1심 법원은 피상속인이 A 명의 주식의 실질주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상속인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심과 상고심 법원 역시 같은 결론을 유지하여 2017. 9. 14. 피상속인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
4.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의 과세한계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0두53224 판결, 2024. 4. 12. 선고 2022두62208 판결,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1두44951 판결)

구 상증세법은 제33조부터 제39조까지, 제39조의2, 제39조의3, 제40조, 제41조의2부터 제41조의5까지, 제42조, 제42조의2 또는 제42조의3에서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하는 규정들(이하 '개별 가액산정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된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은 '각 호의 하나에 해당하는 증여재산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하면서, (i) 제4호에서는 '제33조부터 제39조까지, 제39조의2, 제39조의3, 제40조, 제41조의2부터 제41조의5까지, 제42조, 제42조의2 또는 제42조의3에 해당하는 경우의 그 재산 또는 이익'을, (ii) 제6호에서 '제4호 각 규정의 경우와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 등 제4호의 각 규정을 준용하여 증여재산의 가액을 계산할 수 있는 경우의 그 재산 또는 이익'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 이때, 개별 가액산정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에도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규정인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여전히 해석상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최근 대법원은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의 과세 한계에 관한 판결을 잇달아 선고하였다.

먼저, 최대주주가 아닌 자의 특수관계인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사안(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0두53224 판결)에서 대법원은 ①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개별 가액산정규정의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거래·행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②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개별 가액산정규정인 구 상증세법 제40조 제1항은 전환사채 등의 주식전환 등에 따른 모든 이익을 과세대상으로 규율한 것이 아니라 각종 요건들을 통해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③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는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설정한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에 들어맞지 않아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거래·행위를 과세대상으로 삼기 위한 별도의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이 사건 신주인수권을 주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얻은 이익에 대하여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고, 이 사건 이익이 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 전단의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였더라도 위 규정이 구 상증세법에서 삭제된 이상 이와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구 자본시장법상 인수인이 아닌 '제3자'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사안(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2두62208 판결,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1두44951 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원고가 발행법인 혹은 구 자본시장법상 인수인으로부터 신주인수권증권을 취득한 것이 아닌 거래·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익에 대하여 구 상증세법 제40조를 적용할 수 없다면,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일련의 판결들은,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 과세 한계에 대한 해석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납세의무자의 입장에서는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만약 개별 가액 산정규정을 직접 적용할 수 없지만,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정한 것과 동일한 유형의 거래에 대해서까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다면, 납세의무자의 예측가능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판시는 조세법률주의와 법적 안정성을 고려한 것으로서 지극히 타당한 판결이다.

다만 대법원은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금융기법이나 자본거래에 대처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하였으므로, 기존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정한 것과 다른 새로운 유형의 거래로서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 제4조 제1항 제6호에 따른 과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Ⅵ. 부가가치세 분야

1. 국제운송용역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수행한 국내구간의 운송용역이 외국항행용역으로서 영세율 적용대상인지 여부 (대법원 2024. 6. 27. 자 2024두37954 판결)

원고는 복합운송주선업, 수출입물류, 종합대행업 등을 영위하는 내국법인으로서, 자회사를 포함하여 해외에 소재하고 있는 여러 운송주선업체들(이하 "파트너사")과 파트너계약을 체결하고, 파트너사와 공동으로 운송의뢰업체들에 대해 한 국가의 화물수령 지점부터 다른 국가의 지정 인도지점까지 화물을 운반하는 국제운송용역을 제공하였다. 원고는 위 국제운송용역 중 해외업체가 운송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의 운송용역이 부가가치세법상 영세율 적용대상인 '외국항행용역'에 해당한다고 보아 2014년 제1기부터 2018년 제2기까지의 부가가치세율을 영세율로 신고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운송용역을 공해구간 운송용역과 국내구간 운송용역으로 구분하고, 전자는 부가가치세법상 영세율 대상이지만 후자는 영세율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쟁점 국내운송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부가가치세법은 선박 또는 항공기에 의한 외국항행용역의 공급에 대하여는 부가가치세에 관하여 영세율을 적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외국항행용역의 범위를 같은 법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은 '운송주선업자가 국제복합운송계약에 의하여 화주(貨主)로부터 화물을 인수하고 자기 책임과 계산으로 타인의 선박 또는 항공기 등의 운송수단을 이용하여 화물을 운송하고 화주로부터 운임을 받는 국제운송용역'을 외국항행용역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쟁점 국내운송용역이 영세율 적용대상인 외국항행용역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제1심판결(수원지방법원 2021. 12. 9. 선고 2020구합76921 판결)은 이 사건 조항의 '운송주선업자가 화주로부터 화물을 인수하는 경우'는 공동으로 국제복합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주선업자 중 일방이 화주로부터 화물을 인수하는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고 선하증권의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쟁점 국내운송용역은 하나의 국제운송용역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쟁점 국내운송용역은 외국항행용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수원고등법원 2024. 2. 14. 선고 2022누10081 판결)은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의 '운송주선업자'는 화주와 직접 국제복합운송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에 한정되고, 해운법과 달리 여기서 '화주'의 의미에 '다른 운송주선업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단순히 국내운송용역이 내용상 국제운송용역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국내운송용역을 외국항행용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운송주선업자가 직접 화주와 계약을 체결하고 국제운송용역의 일부로서 국내운송용역을 수행한 경우에 한하여 영세율을 적용하고, 다른 운송주선업자로부터 국내운송용역을 위탁 또는 도급받아 수행한 경우에는 영세율이 적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여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대상판결은 국내운송용역에 대한 영세율 적용여부를 판단한 최초의 판결로, 국내운송용역이 외국항행용역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가가치세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은 '화주'의 정의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지만, 외국항행용역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으로 '운송주선업자'가 '화주'로부터 화물을 인수하고 이후 '화주'로부터 운임을 받을 것을 그 요건으로 정하여 '화주'와 '운송주선업자'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비록 해운법상으로는 '화주' 개념에 단순히 화물의 소유권자뿐만 아니라 그 자로부터 운송주선 위탁을 받은 다른 운송주선업자도 포함되지만, 부가가치세법령에서 위와 같이 '화주'와 '운송주선업자'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면 부가가치세법상으로는 이를 달리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심은 부가가치세법 규정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제시한 것으로서 그 결론에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2. 장기렌터카 대여업 회사가 차량이용자들로부터 수취하는 보험료 상당액이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 금융·보험용역에 대한 대가인지 여부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두54051 판결)

원고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자동차 대여사업을 영위하는 자로서 차량이용자들에게 원고 소유 차량을 장기 대여해주는 장기렌터카 대여업을 하였다. 원고는 장기렌터카 대여업을 하면서 차량이용자들로부터 지급받은 렌트료 전체를 부가가치세 과세되는 매출로 보아 2013년 제1기 및 제2기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 후 원고는 차량이용자들로부터 수취한 렌트료 중 대여차량의 보험가입을 위해 지급받은 보험료 상당액은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이라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하였지만, 피고는 이에 대하여 거부처분을 하였다.

부가가치세법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중 부가가치세를 면세하는 경우로 "금융·보험 용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라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은 부가가치세를 면세하는 금융·보험 용역으로 "보험업법에 따른 보험업(보험중개·대리 등을 포함한다)"과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여신전문금융업(여신전문금융업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사업자 간에 상대방 사업자의 여신전문금융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열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여신전문금융업 중 하나로 '시설대여업'을 정하고 있는데, 이는 "특정물건을 새로 취득하거나 대여받아 거래상대방에게 일정 기간 이상 사용하게 하고, 그 사용기간 동안 일정한 대가를 정기적으로 나누어 지급받으며, 그 사용기간이 끝난 후의 물건의 처분에 관하여는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정하는 방식의 금융"을 업으로 하는 것을 의미하고, 일반적으로 '리스업'이라고 부른다.

한편,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은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는 금융·보험업 외의 사업을 하는 자가 주된 사업에 부수하여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인 금융·보험 용역과 같거나 유사한 용역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부가가치세를 면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심판결은, 보험 중개·대리업 또는 그와 유사한 용역 제공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보험 중개·대리의 대상이 되는 '보험회사와 차량이용자 사이의 보험계약'이 존재하고 원고가 그러한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대리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대여하는 차량에 관한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차량이용자가 아닌 원고이므로, 원고가 보험 중개·대리업 또는 그와 유사한 용역을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심판결은 원고의 장기렌터카 약관 또한 대여기간, 대여료, 임대보증금 내용을 규정하고 있을 뿐 자동차 취득에 소요되는 자금의 융통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고 있어, 시설대여(리스)계약이라기보다 자동차 임대차계약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즉, 원심판결은 원고는 차량이용자들로부터 수취한 렌트료 중 대여차량의 보험가입을 위해 지급받은 보험료 상당액은 부가가치세 면세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대상판결은 금융·보험용역 또는 그와 유사한 용역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핵심적인 표지, 즉 보험 중개·대리업의 경우 보험 중개·대리의 대상이 되는 '보험회사와 차량이용자 사이의 보험계약'의 존재가, 시설대여업의 경우에는 '자동차 취득에 소요되는 자금의 융통과 관련한 계약 내용'의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그 결론 역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Ⅶ. 지방세 분야

1. 취득세 감면 및 추징 규정에서의 '취득한 날로부터 3년 이내'라는 유예기간을 정당한 사유 소멸일부터 기산하여야 하는지 여부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1두58059 판결)

세법에는 정책적 목적에서 납세자가 취득한 부동산에 대하여 취득세 등을 감면한 다음 일정 유예기간 내 그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감면한 취득세 등을 추징하되, 납세자가 그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감면된 취득세 등을 추징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이 존재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천안 소재 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으로, 2004년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2010. 5. 부근 토지를 학교 부지에 편입시키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변경 입안을 제안하였다. 이와 함께, 원고는 2009. 3. 부터 2011. 4.까지 천안시 소재 부동산을 취득한 후 위 부동산은 교육사업에 직접 사용하기 위해 취득한 것이라는 이유로 취득세 등을 면제받았다. 원고는 2014. 11. 20. 천안시장으로부터 도시계획시설사업실시계획 변경인가를 받았고, 2015. 1. 27. 토목공사에 착수하였다. 이후, 피고는 2012. 10. 경 원고가 위 부동산을 취득일로부터 3년 내에 해당 사업에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원고에게 취득세 등을 신고·납부할 것을 통보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는 취득세 등을 납부하였다. 원고는 2014. 7. 16. 피고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주장하며 취득세 등의 감액경정청구를 하였고, 피고가 거부하자 불복하였다.

위 불복절차에서는 구 지방세법(2010. 3. 31. 법률 제10221호로 전부 개정 전의 것, 이하 같음) 제107조 및 제127조 제1항 및 구 지방세특례제한법(2011. 12. 31. 법률 제11138호로 개정 전의 것, 이하 같음) 제41조 제1항에 따라 용도 구분에 의한 비과세 또는 면제된 부동산 취득세·등록세의 추징사유에 관한 3년의 유예기간 기산일을 '취득일·등기일'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소멸한 날'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원심(대전고등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누12207 판결)은 원고에게 정당한 사유가 소멸한 이후 다시 추징의 유예기간이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구 지방세법 및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규정은 추징사유로 '취득일로부터 1년 또는 3년 이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유예기간 만료일로부터 1년 또는 3년 이내'로 이해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대상 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취득일·등기일부터 3년 이내에 해당 용도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부동산에 대하여는, 이후 정당한 사유가 소멸하였더라도 이미 그 취득일·등기일부터 3년의 유예기간이 경과한 이상 쟁점 추징사유에 근거하여 취득세 등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납세자에게 추징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었으나 그 사유가 소멸한 경우, 납세자에게 추징의 유예기간을 다시 기산하여 감면된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하여 종래 논란이 있어 왔다. 대상판결은 법 규정이 부동산의 '취득일·등기일'부터 유예기간 이내에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감면된 세금을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상 유예기간 기산일을 법문과 달리 '취득일·등기일'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소멸한 날'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이러한 논란을 정리하였다. 대법원은 종래 납세자의 정당한 사유가 추징의 유예기간 이내에 소멸한 사안에서도 추징의 유예기간은 취득일을 기준으로 기산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두47063 판결), 대상판결을 통해 납세자의 정당한 사유가 추징의 유예기간 이후에 소멸한 때에도 동일하게 판단하여야 함을 확인하였다. 대상판결은 조세법률주의를 근거로 추징 유예기간의 기산일에 관한 통일적 해석을 함으로써 추징에 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2. 노인복지시설의 설치·운영자가 아닌 부동산 소유자가 해당 부동산을 노인복지시설에 '직접 사용'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24. 2. 8.자 2023두57814 판결)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20조 제1호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무료 노인복지시설에 사용하기 위하여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2020. 12. 31.까지 취득세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법 제178조 제1항은 부동산에 대한 감면을 적용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취득일로부터 1년이 경과할 때까지 해당 용도로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는 경우 감면된 취득세를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직접 사용'이란 부동산의 소유자가 해당 부동산을 사업 또는 업무의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2조 제8호).

원고 A와 원고 B는 2019. 1. 22. 용인시 소재 토지를 매수하고 지분이전 등기(각 2분의 1 지분)를 완료하였다. 원고들은 '노인복지시설' 용도로 사용할 계획으로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취득세를 면제받았으나, 취득일로부터 1년이 경과할 때까지 노인복지시설 건물을 착공하지 못하였다가 2020. 1. 29. 착공신고서를 제출하여 2020. 12. 11. 건물을 준공하고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한편, 원고들 중 A만이 노인복지시설의 설치자로 신고하였고, 운영자인 시설장으로는 신고하지 않았으며, 원고 B는 노인복지시설 설치자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 2020. 1. 23. 피고 소속 공무원의 토지 현황 확인 후 '취득일로부터 1년이 경과할 때까지 노인복지시설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라 원고들은 2020년 취득세 등을 신고하고 납부하였다. 이후 원고들은 건축심의 과정에서 지체되어 취득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였을 뿐 해당 용도로 사용할 의사가 있었으므로 취득세 추징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취득세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원고는 불복하였다.

제1심(수원지방법원 2022. 7. 20. 선고 2021구합72698 판결)은 원고들이 정상적인 노력을 다하였으나, 사업의 규모, 법령상 제한에 따른 협의 절차 이행 등으로 인해 유예기간 1년을 경과한 것으로 원고들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노인복지시설 설치자인 A가 시설장을 고용해 운영하거나, 원고들 본인이 시설장으로 운영하는지 상관없이 이 사건 건물을 노인복지시설로 용도에 맞게 사용한 이상 모두 '직접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반면, 원심(수원고등법원 2023. 10. 11. 선고 2022누13479 판결)은 노인복지시설의 설치자(원고 A)가시설장을 고용하여 운영하는 경우라도 부동산을 해당 용도로 직접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노인복지시설의 설치자로 신고된 원고 A가 보유한 이 사건 토지의 2분의 1 지분에 한해서만 '직접 사용'한 것으로 인정하고, 노인복지시설 운영에 토지를 제공했지만 설치·운영자의 지위에 있지 않은 원고 B의 2분의 1지분은 '직접 사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여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지방세특례제한법상 '직접 사용'의 의미는 부동산의 소유자가 해당 부동산을 사업 또는 업무의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과거 대법원은 직접 사용의 주체를 소유자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해석을 하였으나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두34558 판결), 소유자의 제3자에 대한 임대, 위탁 등 사용의 방법에 관해서는 엇갈리는 하급심 판결들에 대해 명확한 법리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2023. 3. 14. 지방세특례제한법상 '직접 사용' 정의 규정에서 임대를 원칙적으로 직접 사용 방법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개정되어 해석상 다툼은 일정 부분 입법적으로 해결되었으나, 소유자가 위탁 등 임대 이외의 방법으로 제3자를 통해 부동산을 사용하는 경우 '직접 사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해석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대상판결은 일련의 종전 판결들과 마찬가지로 '사용'의 실제 주체가 '소유자'여야 하는지, 소유자의 사용 방법 문제에 대해 명확한 법리적 통제를 하지 않았다. 이 사건과 같이 입법적 해결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구법의 해석이 문제되는 사안에서는 대법원의 명확한 법률 해석이 필요하다. 법률해석에 관한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이 납세의무자의 법적안정성을 보장하는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Ⅷ. 관세 분야

1. 무상수입물품에 대한 과세가격의 결정 등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1두36196 판결)

원고는 반도체 회로 형성 관련 설비(이하 '쟁점 설비')를 생산하는 일본 법인(이하 '일본 본사')의 자회사이다. 쟁점 설비는 국내 반도체 제조사가 일본 본사로부터 직접 구매하여 수입한다. 쟁점 설비는 독자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제조사의 연속적인 생산 라인 중 일부로서 기능하게 되므로, 원고의 역할은 쟁점 설비가 수입·통관되기 전에 일본 본사의 지시에 따라 쟁점 설비의 설치를 위한 사전 작업을 수행하고 쟁점 설비가 수입·통관된 이후에는 해당 설비를 직접 설치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러한 각 작업을 위해 일본 본사는 관련 부품 등(이하 '쟁점 물품')을 원고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원고가 이를 수입·통관한다. 쟁점 물품 및 작업 비용은 쟁점 설비의 가격에 모두 반영되어 있고, 원고가 수행한 작업 비용은 일본 본사가 원고에게 지급한다.

수입신고는 외국물품을 내국물품으로 전환시키는 행위와 해당 물품에 대한 과세가격을 신고하는 행위가 결합된 행위이다. 따라서 무상으로 수입되는 물품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과세가격의 신고는 필요하다. 다만 무상인 까닭에 통상적인 과세가격 기준인 거래가격(관세법 제30조 제1항)은 존재하지 않고 이에 원고는 쟁점 설비의 유지·보수를 위하여 동일한 물품을 일본 본사로부터 유상으로 구매할 때의 가격으로 쟁점 물품의 과세가격을 신고하였다(이른바 동종·동질물품의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삼는 관세법 제31조 제1항을 적용하였다).

처분청은 원고가 무상으로 수입하는 쟁점 물품과 유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이 서로 동종·동질물품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국내 반도체 제조사가 쟁점 설비를 구매·수입하는 과정에서 부수하여 수입되는 쟁점 물품과 원고가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 별도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유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은 그 거래 단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관세법 제31조 제1항에 따라 과세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관세법 제35조(기타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여 과세관청이 과세가격을 정하는 방법이고, 과세관청의 재량이 크게 작용한다)를 적용하여 과세가격을 다시 산정한 다음 신고한 과세가격과의 차이에 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대상판결의 결론 자체는 사실 단순하다. 과세가격 결정은 관세법 제30조 제1항부터 제35조까지의 정한 방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하여야 하는데, 가장 후순위에 있는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선순위 방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이 처분청에 있고, 다만 이 사건의 경우 그러한 입증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사건 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실제 이 사건에서는 제35조에 따라 처분청이 적용한 셈법이 적정한 것인지의 여부가 주로 다투어졌으나, 이 내용은 본 평석에서 다루지 않는다).

다만 판결문 자체만으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많은 쟁점이 있고, 본 평석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이 사건의 결론 자체도 수긍하기가 어렵다.

먼저 제척기간 부분부터 살펴본다. 쟁점 물품이 수입된 시점은 2009. 10.부터 2014. 2.까지이다. 그리고 처분청의 처분은 2014. 10.부터 2016. 3.까지 7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아래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과세전적부심사가 먼저 있었고, 위 7차례 처분 중 일부는 제척기간 도과 임박을 이유로 과세전통지와 함께, 일부는 과세전적부심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제척기간의 도과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이루어졌고, 나머지는 과세전적부심사 결정 이후에 이루어졌다). 관세법은 종래 2년의 제척기간을 규정하고 있다가(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하였거나 과세가격의 일부를 신고하지 아니하여 납부할 세액에 미치지 못한 경우 5년으로 연장) 2013. 8. 13.자 개정을 통하여 현재와 같이 제척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종전의 연장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10년으로 연장). 이와 같다면 쟁점 물품의 대부분은 2013. 8. 13.자 관세법 개정 이전에 수입된 것으로서 2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될 터였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이 부분 쟁점이 특별히 다루어지지 않은 채 5년의 연장된 제척기간이 적용되는 사안으로 전제하고 있다. 과세가격의 차이에 의하여 추징이 발생하였으니, 아마도 이 사건이 '과세가격의 일부를 신고하지 아니하여 납부하여야 할 세액에 미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라 판단한 듯하다. 그런데 관세는 신고납부 방식의 세제이고 과세관청이 관세를 추징하는 경우는 (특별히 품목분류나 세율 적용에 대한 문제가 아닌 이상) 납세자가 신고한 과세가격과 과세관청이 생각한 과세가격이 다른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언제나 연장된 제척기간이 적용되어야 하는가? 2013. 8. 13.자 관세법 개정 이후 현재의 관세법을 기준으로 본다면 과세관청이 세액을 추징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10년의 연장된 제척기간이 적용되는 것인가? '과세가격의 일부를 신고하지 아니한 경우'와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한 경우'가 제척기간의 연장 사유라고 한다면, 이 때 '과세가격의 일부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른 제척기간 연장 사유에 준하는 방법으로 과세관청이 정당한 과세가격을 발견할 수 없도록 한 경우에 한정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해 보인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거래가격이 아니라 처음부터 제31조에 따라 과세가격을 신고한 경우에는 과세가격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어떠한 후순위방법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견으로 세액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경우에는 제척기간의 연장을 인정하는 것이 부당해 보인다.

  • * 이 사건 처분은 조세심판원에서의 2016. 12. 재조사결정을 거쳐 2018. 11.경 감액 경정이 이루어졌는데, 원고는 이 감액경정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연장된 부과제척 기간인) 5년의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감액경정은 당초의 처분을 기준으로 하되 그 세액만 감액된 것으로 변경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 한편 처분청의 7차례 처분 중에는 과세전적부심사가 진행되는 사이에 이루어진 것도 1건이 있었다. 과세전적부심이 법정 기한 내에 이루어지지 못하였을 때 그 사이 제척기간이 도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처분청이 적부심사결정 이전에 처분을 하는 것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당연무효의 위법이라는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6두49228 판결).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보이지 않는다.

둘째, 동일한 물품이 쟁점 설비의 수입에 부수하여 무상으로 수입될 때의 가격이 원고의 별도 유지·보수 서비스를 위해 수입되는 경우보다 당연히 비쌀 것이라고 볼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관세는 물품 자체의 국제적 이동에 수반하여 수출국으로부터 수입국으로 이전되는 가치에 매겨지는 세금이다. 따라서 그 가치에 대한 판단은 거래의 구조나 경위에 비추어 판단되어야 한다. 처분청이 주장하는 셈법에 따라 역으로 판단하는 것은 순환논법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크다(특히 관세법 제35조에 따라 과세가격을 산정할 경우 처분청으로서는 당연히 추징 세액이 발생할 수 있는 산식을 주장하기 마련이다). 쟁점 물품과 유상 수입 물품이 일본 본사에서 원고에게로 이전되고, 다시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게 이전되는 과정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일본 본사와 원고의 관계에서 생각해 보자. 원고가 유상으로 쟁점 물품을 수입할 때 일본 본사는 해당 판매 거래를 통하여 자신의 마진을 실현하여야 한다. 반면 일본 본사가 국내 반조체 제조사에 쟁점 설비를 판매하면서 쟁점 물품의 가격을 반영시켰을 경우, 일본 본사는 그 전체의 총액으로서 자신의 마진을 실현하게 되므로 오히려 쟁점 물품에 대하여는 마진을 줄일 유인이 충분하다. 그런데 원고는 유상으로 수입될 때와 동일한 가격으로 쟁점 물품의 과세가격을 신고하였으니, 오히려 더 높은 가격으로 과세가격을 신고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처분청으로서는 가급적 과세가격을 만드는 셈법에 있어 넓은 재량이 있는 관세법 제35조 적용하고자 하므로, 그 선순위방법(관세법 제31조 내지 제34조)을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이 사건에서 법원도 이 점을 원론적으로 확인하고 있는데, 다만 그 실제 내용에 있어서는 납세자에게 입증책임을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즉 원고가 쟁점 물품과 관련하여 적용을 주장했던 관세법 제31조의 경우 동종·동질 물품에 대하여 거래 단계에 차이가 있을 때 그 차이에 따른 가격 차이를 보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납세자인 원고가 그러한 가격 차이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관세법 제31조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대상 판결의 실질적 결론이다. 그런데 거래 단계 등 차이에 따른 보정은 법문을 보아도 세액 산정에서 고려할 요소에 불과하다. 즉, 이는 관세법 제31조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의 문제가 아니라 과세관청의 정당세액 입증에 대한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면 정당세액의 입증이 없는 것으로 보아 해당 처분을 전부 취소하여야 한다. 관세법 제31조를 비롯한 후순위 과세가격 결정방법들은 과세관청이 동종 업계의 통상 마진 등을 통하여 거래단계별 마진율을 직접 보정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고, 그 보정 결과에 따라 오히려 환급세액이 발생한다면 그러한 환급을 해주는 경우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관세법 제31조의 적용 여부에 대한 요건으로 보게 된다면, 처분청이 쟁점 물품의 거래가격이 동종·동질물품 거래에서의 가격과 같거나 그보다 더 높다는 취지의 자료만을 납세자에게 요구하고, 납세자가 그러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오히려 쟁점 물품의 가격이 더 낮다면, 동종·동질물품에 대한 가격보다 같거나 더 높다는 자료가 있을 리 만무하다) 처분청이 관세법 제31조의 적용을 부인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급까지도 이루어졌어야 할 사안이 도리어 제31조의 적용을 부인하고 세액을 발생을 가능케 하는 다른 후순위 방법을 찾기 위한 편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당연히 추징 세액이 발생할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대상 판결의 문제점이다.

넷째, 거래구조의 특수성 및 원고의 수입신고 방식에 대한 불가피성의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도 비판받을 만하다. 쟁점 설비에 대한 거래는 이른바 '일괄거래', 즉 서로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물품군 일체에 대하여 총액으로 산정된 대가가 지급되지만, 각 물품들이 한 번에 수입되지 않고 시차를 두고 나누어 수입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각 수입건별로 대가의 총액을 나누어 과세가격을 신고하면 된다(WCO 관세평가기술위원회의 WTO 관세평가협정에 대한 예해 8.1). 그러나 쟁점 설비에 대한 수입자(국내 반도체 제조사)와 쟁점 물품에 대한 수입자(원고)가 달랐던 까닭에 이러한 과세가격의 안분이 이루어지지 못하였고(일본 본사가 자신의 영업비밀에 대한 자료를 구매자인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게 제공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내 반도체 제조사는 쟁점 물품에 대한 가치를 포함한 총액으로서 쟁점 설비에 대한 과세가격을 신고하였다. 그리고 일본 본사로서는 쟁점 설비와 쟁점 물품에 대한 전체의 대가를 국내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이미 지급받았기 때문에 쟁점 물품에 대하여는 무상으로 원고에게 수출한 것인데, 쟁점 물품에 대하여 과세가격을 신고하여야 하는 원고의 입장에서는 다시 관세법 제31조에 따라 유상 수출될 때와 동일하게 가격으로 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러한 구조 하에서 국가는 사실상 이중과세를 통한 초과 세수가 발생하게 되는데, 처분청은 거기에 더하여 가산세까지 부과하고 있다. 이 사건 처분에 대한 대응 조정으로서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 대한 환급도 없고, 또 국가 입장에서 달리 세액의 부족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각 건별로의 수입신고 주체를 기준으로 가산세까지 부과하여야만 할 도그마틱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 의문이다(참고로 반도체 제조 설비에 대하여는 2016. 12. 1.부터 WTO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관세 등이 철폐되었다. 즉, 쟁점 설비에 대하여는 0%의 세율이, 쟁점 물품에 대하여는 8%의 기본세율이 적용되는 상황이라면 물론 논의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일괄거래의 관점에서 부족세액의 범위 및 정당세액에 대한 입증책임의 법리를 보다 깊게 모색해 보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결론에 영향을 미칠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조세의 중립성 원칙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당사자들의 거래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고, 조세로 인하여 그러한 거래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조세의 중립성 원칙이다. 그런데 관세 영역에서는 이 원칙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관세가 무역전쟁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물가 안정 내지 기타 정책적 목적을 위한 세율 조정이 숱하게 이루어지기도 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국가 경제 정책의 목적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정책적 목적과 무관한 영역에서는 조세의 중립성 원칙이 과세관청에 의하여 훼손되는 것을 안이하게 방치할 것이 아니다. 대상판결과 같은 결론이 불가피하다면, 앞으로는 국내 반도체 제조사로서는 쟁점 물품을 쟁점 설비에 대한 부분품으로서 직접 수입신고를 하여야 하고, 일본 본사는 각각의 수입신고를 위한 가격 안분의 자료를 영업 비밀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 제공해 주어야만 한다. 쟁점 설비를 설치하는 작업의 실제에 있어서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지만, 이러한 수입신고상의 절차적인 문제로 인한 거래 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하고, 그러한 비용의 증가와 수입신고 및 추징의 리스크가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게 전가되며, 거래 자체의 성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앞서 일괄거래라는 관점에서의 부족세액의 범위와 그 범위 내에서 정당세액에 대한 처분청의 입증책임을 법리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Ⅸ. 기타 분야(종합부동산세)

1. 주택의 부속토지만 소유한 경우의 주택수 산정 방법 (대법원 2024. 10. 31.자 2024두49384 판결)

원고는 2021년 귀속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인 2021. 6. 1. 현재 주택의 부속토지인 이 사건 토지를 소유하고 있고, 원고의 자녀는 이 사건 토지 지상에 24개로 구분등기된 집합건물 1동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에 과세관청은 원고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면서 1세대 3주택 이상(24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보아 중과세율을 적용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주택 부속토지만 소유한 경우에도 1주택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그 지상의 주택 수를 기준으로 할 다주택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원고는 종합부동산세법에서는 주택 수 계산방법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주택 부속토지만 소유한 경우 주택수 계산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1주택으로 보아야 하며, 나아가 부속토지가 1필지이거나 그 지상에 건물이 1동인 경우에는 1주택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원심(수원고등법원 2024. 6. 26. 선고 2023누15083 판결)은 주택분 재산세 산정할 때 주택과 부속토지의 소유자가 다를 경우 시가표준액 비율로 안분하므로(지방세법 제107조 제1항 단서 제2호), 이는 결국 부속토지의 소유자도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공동주택의 경우 하나의 부속토지 위에 각각 소유권의 객체인 주택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므로, 결국 부속토지 지상의 주택이 다수인 경우에는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원심은 1필지의 부속토지 위에 여러 단독주택이 있으면 다주택으로 볼 것이고, 공동주택이 있는 경우에도 이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1필지의 부속토지가 각 주택이 소재하는 위치별로 구분되어 그 효용과 편익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 주택과 주택소재 토지의 실질적 불가분성에 착안하여 그 부속토지에 주택에 대한 세금을 안분하여 부과하는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체계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1필지의 부속토지 위에 다수의 단독주택이 있다면 다수의 주택을 소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집합건물은 총 24채의 주택이 구분소유로 등기되어 있는 공동주택이고, 이 사건 집합건물이 소재하는 이 사건 토지는 각 주택의 전유부문을 소유하기 위한 대지사용권의 목적이 되었으므로, 원심은 이 사건 토지가 24채의 별개 주택의 효용과 편익을 위해 사용되고 있으므로, 결국 원고가 3주택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여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주택의 부속토지만 소유한 경우에도, 그 지상의 주택 수를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 관련 납세의무가 성립한다는 명시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Ⅹ. 마치며

지금까지 2024년 각 분야의 주요 조세 판례들의 의미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판결들도 여럿 있기는 하지만, 납세의무자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아쉬움이 남는 판례들 또한 발견된다. 2025년에는 오랜 기간 축적된 법원의 지식과 지혜에 실무가들의 창의적인 도전이 더해져 납세자 권익을 보호하고 조세법의 이론을 더욱 다듬어 가는 의미 있는 판결들이 많이 선고되기를 기대한다.